지난한 창업 과정에서 결과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방법의 하나는 지속적으로 질문하고, 대화하고, 토론하는 방법이다. 창업가들의 필독서 중에 하나인 에릭 리스(Eric Ries)의 <린스타트업>(The Lean Startup)을 살펴보면,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해 제품을 만들고 이를 시장에서 측정(혹은 검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의미를 끌어내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반복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은 하나의 과정이 다른 과정으로 자동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각 과정마다 사람이 결정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질문-대화-토론하는 것이다.
린스타트업에서 강조하는 첫 번째 과정은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질문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좋은 질문을 위해서는 그 질문의 배경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창업 환경에서 좋은 질문을 위한 깊은 이해는 관찰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한국의 대표적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였던 ‘싸이월드’의 창립자 이동형 사장은 카메라를 들고 강남역에 나가서 ‘사이’ 좋아 보이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었고 이를 모아놓고 분석해 다이어리 형식의 미니홈페이지를 만들었다고 했다. 즉, ‘사이’ 좋음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을 바탕으로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질문하고 이를 제품화한 것이다.
그 다음 중요한 과정은 시제품을 만들고 이를 시장에서 검증받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시장을 이해하기 위한 대화의 기술이다. 많은 창업팀의 사례에서 이 과정에 대해 가벼운 접근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실제로 이 과정은 어렵고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린스타트업’은 이 과정을 위해 최소 기능 제품인 MVP(Minimum Viable Product)의 역할을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다. MVP의 역할은 시장과의 제대로 된 대화를 위한 최소한의 도구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학생들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스마트폰 앱을 만든다면, 그 앱의 사용법을 사용자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MVP를 만들어서 잠재 소비자와의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시장조사를 시키면 설문지를 통해서 ‘스케줄 관리하는 앱이 있다면 어떠시겠습니까?’ 등의 단순 질문을 구글문서를 통해서 친구들에게 링크를 보내 결과를 받아온다. 이는 적어도 두 가지의 문제가 있다. 첫째, 많은 설문에서 ‘필요하다’라고 단순 대답을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불편함에 기인하기 때문에 정확히 어떠한 UI(User interface)를 가지고 어떠한 기능을 어떠한 방식으로 사용하게 되는지 구체적인 설명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와 함께 제품의 가격, 판로 등의 자세한 정보가 주어져야만 실제 시장의 반응을 구할 수 있다. 둘째,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설문의 데이터만으로는 시장을 대표하는 집단으로 결과를 일반화 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시장과의 대화를 잘 하기 위해서는 대화의 기술이 필요하고 이러한 방법은 미국의 기업가 육성 프로그램인 I-Corps에서도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과정은 바로 시장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를 해석하고 제품을 수정하는(Pivoting) 과정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토론이다. 데이터는 실제로 글자로 표현된 정보에 불과하다. 이러한 정보는 보는 이에 따라서 해석하는 방법이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한 사람이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의사결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를 경제학적 용어로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이라고 한다.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려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토론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초기 창업기업의 경우는 그 불확실성이 커서 토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이것이 결국 그 사업의 성공을 좌우하게 된다.
많은 멘토들이 일관되게 강조하는 부분은 바로 ‘사람’이다. 앞서 언급한 모든 과정에서 창업팀 개개인의 능력은 중요하다. 이와 함께 질문하고, 대화하고, 토론하는 문화가 더해진다면 창업 결과의 불확실성을 더욱더 낮출 수 있을 것이다.
강광욱 UNIST 경영학부 교수, 기술창업교육센터장
<본 칼럼은 2016년 9월 20일 경상일보 18면에 ‘[경상시론]성공적인 창업의 조건: 질문-대화-토론하라’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