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초 담뱃값이 인상되면서 흡연자들은 담배를 끊거나 전자담배를 시도했다. 경제지 블룸버그(Bloomberg)에 따르면 전자담배 시장규모는 2017년에 100억달러, 그리고 2047년쯤에는 일반담배 판매량을 앞지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와 같이 기존 전통제품이 ‘전자화’되어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종이 신문과 인터넷 신문도 그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으며, 전자책(e-book), 전기자동차 등 어찌 보면 앞으로도 많은 전통제품들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연구자인 필자는 이와 같이 계속되는 전통제품의 전자화 흐름 속에서 최근 세계적으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전자약’과 ‘전자피부’라는 기술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한다.
‘전자약(electroceutical)’은 전자(electronic)와 제약(pharmaceutical)의 합성어로, 글로벌 제약사인 GSK(글라소스미스클라인)가 2013년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기존 일반 의약품과는 달리 전기신호를 이용해서 기존 약과 같은 효과를 거둔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주로 배터리와 전기신호를 발생하는 전자기기로 구성된 전자약은 지난해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최초로 시장판매가 승인되면서 기존 신경의학계 뿐만 아니라 많은 제약회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한다. 그 효과를 살펴보면, FDA 승인된 전자약의 경우 비만치료를 위해 뇌에 전달되는 식욕 자극신호를 억제하거나 배부르다는 신호를 줘 평균 25%의 체중감량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기존 약들은 화학약품으로 혈관을 타고 돌면서 원하지 않는 부위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전자약은 치료가 필요한 특정 신경만 골라서 자극하므로 부작용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전자약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치료가 쉽지 않은 류마티즘 관절염과 같은 난치성 치료와 천식,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 치료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아직은 시작단계로서 장비이식 단계의 오염이나 기기 오작동 등으로 인한 부작용들이 있으나 조만간 기술보완을 통해 단계적으로 그 영역을 빠르게 확장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주제는 스마트 워치, 스마트 안경 등과 같은 웨어러블(wearable, 착용가능한) 기기 제품들이 예상보다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구원투수로 관심이 커지기 시작하고 있는 ‘전자피부(e-skin)’ 기술이다. 전자피부는 기존 액세서리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들이 궁극적으로는 사람 피부에 붙이는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예측되는 신체부착형 웨어러블 기술이다. 피부에 붙이는 스티커나 패치에 각종 센서, 입력장치, 출력장치, 배터리 등이 포함되는 형태로 개발될 전망이다.
피부에 붙이는 기기의 특성상 사람처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센서 개발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UNIST(울산과학기술원)의 경우 사람의 피부를 모사해 촉각, 미세한 압력과 진동, 체온을 감지하고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전자피부 기술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는 맥박, 호흡, 체지방, 혈압과 같은 다양한 생체신호까지 감지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동시에 산업계와 함께 상용화 단계의 연구로 전환하고 있는 상태다. 세계적으로 아직까지는 대학들을 중심으로 실험실 수준에서 센서 소자의 가능성 정도를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빠른 시일 내에 고성능 반도체와 통신 기능, 배터리까지 내장한 완성도 높은 전자피부 기술들을 준비해 좋을 결실을 맺기를 기대해본다.
이와 같은 전자피부 기술은 향후 로봇기술에도 접목돼 사람과 같이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로봇의 탄생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되며, 전자약의 경우에는 기존 화학약품 위주의 의약품 체계에 큰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도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우리사회는 전자약과 전자피부처럼 많은 분야에서 큰 기술적, 사회적 패러다임 변화들이 일어날 것이 명확한 만큼, 대학을 비롯한 연구계와 제품화를 담당하는 산업계, 그리고 정부와 지자체까지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해 미래에 다가올 많은 변화에 더욱 지혜롭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 같다.
김재준 UN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6년 10월 10일 경상일보 18면에 ‘[경상시론] 전자약과 전자피부 시대의 도래’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