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이 가까워지면, 과학계는 노벨상 발표를 놓고 들썩인다. 올해도 여전히 같은 분위기가 9월부터 시작되어 올해는 누가 과학계에 큰 기여를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여러 분야의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분주하게 오고갔다. 필자가 한국에 돌아오기 전에는 이러한 분위기를 과학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 이외에는 크게 느끼지 않았던 것 같다.
심지어 과학계에 있는 사람들도 발표가 난 뒤에야 ‘아, 올해는 이런 연구가 노벨상을 받았구나’ 하는 정도로 노벨상을 수상한 연구 분야를 알게 되고, 그 분야가 어떤 기여를 했는지를 찾아보고, 필자가 하는 연구에서 그 분야가 미친 영향 등을 한번 돌아보는 그런 시간을 가져왔던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필자가 한국에 돌아와 연구단을 시작한 이후 지난 2년 동안 노벨상에 대한 한국 전반의 관심이 굉장히 높은 것을 발견했다. 특히 작년과 올해 중국과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 배출이 그런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필자도 여러 과학전문 기자들이나 연구비와 관련된 공무원들로부터 노벨상과 관련된 질문을 받곤 한다. 질문을 대략 요약해 보면, 한국에서는 언제쯤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까? 한국이 어떤 쪽으로 연구를 하면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까? 연구비 분배를 다르게 해야 할까?
한국의 현재 교육에 어떤 문제가 있지는 않을까? 등의 질문이 많다. 필자도 이러한 질문에 정확한 답을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그동안 만나 본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들이나 그와 근접했던 과학자들과 나눈 대화를 통해서 몇 가지의 질문에 대해서만 느낀 바를 잠깐 써 보려한다.
많은 노벨상 수상자들, 그리고 이를 받을 만한 업적을 가지신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은 연구가 재미있어서 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하는 연구가 그냥 재미가 있어서, 그 일에 집중을 했었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흔히 연구자는 밤을 새가면서 대학 입시를 준비하듯, 아니면 엄청나게 오랜 시간 스포츠에 투자하듯 하면 훌륭한 연구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연구주제가 흥미가 없으면 좋은 연구 결과가 나올 수 없다. 자신이 하는 연구가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한 결과가 재미있다면, 밤을 새서 그 대답을 얻기 위해 연구를 하는데 아무런 힘이 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질문을 만들기 위해 선행되어 있는 연구 서적을 보고 논문을 읽는 그 시간이 즐거울 것이다. 이런 연구자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자연현상을 보고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얻는 것이 즐거운 연구자를 많이 육성하면 될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의 교육은 많은 지식을 가진 고급 인력을 양성하는데 좋은 교육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자연 현상을 직접 보고, 느끼고, 이에 대한 궁금증을 만들어 내고, 그 궁금증의 대답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알려 주는데는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필자도 중·고등학교 교육 때, 그냥 책에 있는 지식을 얻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다행이도, 초등학교 시절에는 그 당시 교장선생님, 담임선생님께서 많은 시간을 과학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여 작은 실험이었지만, 좋은 경험을 많이 했던 것이 생각난다.
아마 한국의 교육에 조금이라도 과학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에게, 자연을 벗삼는 학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면, 연구가 재미있는 그런 연구자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노벨상 수상자들이나 이에 근접한 연구업적을 가지신 분들의 공통점 하나는 질문을 많이 던지는 것이다. 필자가 발표를 한 내용에 대해서, 자신의 분야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발표 중간에 그리고 발표가 끝나자 마자 여러 질문을 던지곤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 질문 중에는 실제로 자신이 몰라서 하는 질문도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노벨상을 받았던 연구자라고 하면, 내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주는 멋진 질문만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질문중에 아주 단순한, 그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만한 질문도 서슴치 않고 하셨던 기억이 있다. 즉 질문을 하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 자세가 이런 훌륭한 연구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있는 성향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가끔씩 단순한 질문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대답자나 듣고 있는 다른 청중에게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져서 또 다른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또 다른 질문이 만들어 지고, 이 질문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가 만들어 지기도 한다. 우리 한국에서 자라나는 연구자들도 이러한 작은 궁금증에도 질문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럼 한국은 언제쯤 노벨상이 나올까? 많은 연구자들이 앞으로 10년 안에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에서의 연구는 많은 부분 세계적으로 인지를 받는 경지에 오른 것은 사실이다. 많은 훌륭한 연구자들이 있고, 이 분들 중에 누군가는 10년 내에 노벨상을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노벨상은 어찌 보면, 하나의 복권에 당첨되는 것과 같은 것이어서 장담하기에는 조금 이르지 않을까 한다. 중요한 연구 성과는 너무나 많고, 그 중에 어떤 분야가 심사하는 여러 연구자들에게 중요도가 평가되는 것이니까, 이를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항상 10월이 되면 노벨상으로의 열병을 앓는다고 많은 연구자들이 볼 멘 소리를 한다. 한 개인의 영광을 위해서 너무 한국이 떠들썩 하다고. 하지만, 이런 열병이 있는 것이 없는 것 보다는 연구자 육성과 연구를 높이 끌어 올리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도 사실이라고 생각된다.
명경재 UNIST 특훈교수/ IBS 유전체항상성연구단장
<본 칼럼은 2016년 10월 24일 울산매일신문 3면에 ‘[명경재 칼럼] 10월의 노벨상 바람’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