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를 측정 장비와 수학을 이용해 과학적으로 연구한다고 하면 낯설게 느끼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색은 개개인의 주관적 감각인데, 어떻게 길이나 무게를 측정하는 것처럼 하나의 측정단위로 표현할 수 있다는 걸까라면서 말이다. 다시 말하면 어떻게 내가 보는 저 빨간색을 내 옆에 있는 사람도 동일한 색으로 인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냐는 것일 거다. 답부터 말하자면 의외로 사람들 간에 색을 인지하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인터넷 쇼핑이나 홈쇼핑과 같은 온라인 쇼핑몰의 거래 규모가 대형 마트를 넘어섰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 만큼 온라인 쇼핑이 일반화되어 있다는 것인데,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구입한 물건들의 실제 색이 화면에서 보는 것과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을 통해 본 제품의 색과 실제 배송된 제품의 색이 많이 다른 경우 반품 사유가 된다. 문제는 나만 그렇게 느끼는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동일하게 차이를 느낀다는 것이다. 혹시 왜 온라인 쇼핑몰에서 본 제품의 색과 실제 색이 다른지, 똑같이 보이게 하는 기술은 없는지를 궁금해 했던 적이 있다면 이미 색채를 과학의 범주로 이해한 것이다.
제품을 온라인으로 전시하고 팔기 위해서는 우선 제품을 카메라로 촬영해야 하고, 촬영된 영상은 모니터를 통해 보여지게 된다. 이때 여러 원인들 때문에 색의 왜곡이 발생하게 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양한 기술들이 필요하다. 그 중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기술은 사람들이 색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측정하는 것이다. 즉 우리가 보는 색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국제조명위원회 CIE(International Commission On Illumination, 프랑스어 Commission internationale de l’eclairage)라고 하는 국제표준기구가 있다. 회원국의 연구자들이 모여 빛과 조명에 관련한 표준을 제정하는 기구인데, 그 중 1 분과(Division1)에서 시각 및 색에 관련한 표준 제정을 담당하고 있다. 색을 기계적으로 측정하는 최초의 국제표준은 1931년도에 표준화된 ‘CIE 1931 XYZ 색공간’으로 현재까지도 전세계 산업체에서 사용하는 컬러측정의 기본이 되고 있다.
곽영신 유니스트 디자인및인간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4년 11월 26일 경상일보 18면에 ‘[곽영신의 색채이야기(2)]색채는 과학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