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날 열린 한국전략경영학회의 주제는 ‘한국경제의 재도약과 중소기업 혁신전략’이었다. 참석한 경영학자들은 “경제성장의 축이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체계를 선진국형으로 고도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달 방한한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도 “대기업 위주로 짜여 있는 한국산업구조는 재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대기업은 변화에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물고기의 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 동안 우리나라 대기업이 고도성장기 경제성장에 많은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업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조직이 관료화 되고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가 어렵기 마련이다. 여기에 시장도 소비자 중심의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바뀌고, 3D프린팅 등으로 ‘1인 제조업’이 가능해지는 등 시장과 기술적 여건이 중소기업에 유리한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 아이디어만 팔던 개인 창업자들이 이젠 제품을 만들어 대기업에 도전하는 시대가 됐다. 따라서 산업구조도 이에 맞춰 달라져야 할 것이다.
특히 울산의 산업구조는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더 대기업 중심이다. 중소기업청이 발간한 ‘중소기업현황’에 의하면 2014년 말 기준 울산의 중소기업 사업체 수는 99.9%로 전국평균 99.9%와 같으나 중소기업 종사자 수는 76.2%로 전국 87.9%에 비해 훨씬 적다. 생산액으로 보면 대기업 중심이 더욱 뚜렷하다. 울산 중소기업의 총생산액 기여도는 20.6%(전국 48.3%), 부가가치 기여도는 26.9%(전국 51.2%)로 울산 중소기업의 경제기여도는 타 지역의 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으로 시장과 기술여건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침체된 대기업이 다시 부흥하여 울산경제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은 재론할 필요도 없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울산 경제성장 축의 상당부분을 중소기업이 떠맡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 위기에 처한 울산의 중소기업을 살리고 이들의 울산경제에 대한 기여도를 높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첫째,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 강화다. 필자는 이미 울산이 전국에서 하위권인 R&D를 강화해 단순히 우리나라의 생산기지를 넘어 ‘연구하며 생산하는’ 첨단산업도시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중소기업이 산·학간 공동연구, 중소기업 간의 기술협력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기술역량을 갖춰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할 때다.
둘째, 시장 경쟁력이다. 한국전략경영학회의 한 논문은 공급자망(supply chain)의 글로벌화를 지적했다. 하청업체-모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한다는 것이다. 울산의 중소기업들도 해외에서 다국적 기업과 부품공급 경쟁을 할 수 있는 시장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이제는 대기업 납품보다는 세계시장을 뚫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현재 추진 중인 울산전시컨벤션센터도 조속히 완성돼야 하겠다. 세계수준의 산업을 가진 울산에 아직 전시컨벤션센터가 없다는 것은 시장개척에 소홀했다는 반증이다. 해외시장개척을 위한 인프라의 조성이 필요하다.
셋째, 기업가 정신이다. 기술개발도 시장개척도 기업가 정신에서 비롯된다. 얼마 전 모 전자회사 CEO의 기술경영에 관한 얘기가 한 신문에 소개됐다. “엔지니어들과 매일 머리를 맞대고 기술적 한계를 극복했다”는 그는 “기술 혁신은 의지의 문제일 뿐”이라며 “그 한계를 푸는 것이 CEO의 역할”이라고 했다. 울산의 기업가정신이 부활해야 하겠다. 기술개발도 시장개척도 결국은 의지의 문제일 뿐이다.
정구열 UN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본 칼럼은 2016년 11월 9일 경상일보 19면에 ‘[정구열칼럼]울산의 중소기업이 살아야 한다’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