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미국을 재건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가 미국의 각종 매스컴은 물론 세계 각국의 언론들이 거의 일방적으로 예상한 힐러리의 승리를 깨고, 제45대 대통령에 선출되었다. 미국과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깊은 우리나라 언론 및 대다수 국민들도 트럼프의 미국 국익 최우선주의에 의한 각종 대선 공약에 많은 우려를 표하였다. 특히 한미 FTA 재검토, 보호무역 정책, 미군 주둔 비용 분담 문제 등 트럼프가 대선 기간 동안 언급한 사항들은 자동차, 중공업, 철강, 정유 등 수출의 핵심기반지역인 울산이 특히나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차분하게 트럼프의 발언과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꼭 위기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바로 과학기술 분야이다. 트럼프가 제 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이례적으로 권위있는 과학저널인 ‘네이처’와 ‘사이언스’는 신속하게 트럼프의 과학기술 무관심에 관심을 기울였다. 대표적인 발언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사기(Hoax)라고 말하였고, 이에 따른 연구개발비용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래서 파리 기후변화협정 폐기를 주장할 정도로 기후 변화를 부인하였다.
또한 트럼프는 NIH(미국국립보건원)의 투자 및 존재에도 부정적이었다. 그는 “NIH는 형편없다”고 폄하하면서 “이러한 연구원에 단순하게 자금을 투입할 수는 없으며, 우리의 바이오의료전략은 부족한 자원을 균형있게 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과학자들의 불안감이다. 2015년 8월 모 방송 보도에서 트럼프는 자신이 당선될 경우 J1비자 프로그램을 종료시키겠다고 말했다. J1비자는 단기 교환교수, 연구원, 박사후 연구원 등 전세계 과학자들이 이용하여 미국에서 연구하고 학업을 이어오는 수단으로 이용되었고, 이에 대한 제약은 전 세계 과학기술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현상 속에서 중국은 오히려 ‘과학 굴기’를 천명하며 유출 과학자를 대거 유치하는 전략을 준비 중에 있다. 세계 톱 우수과학자 유치에 공들이고 있는 우리 정부 및 UNIST 등 과학기술원은 이러한 기회를 활용하고, 한국인 과학자들이 중국 등으로 유출을 막기 위한 전략적 방안을 마련하여 실행에 바로 옮겨야 할 것이다.
끝으로,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세계 경제는 사물인터넷, 로봇공학, 3D프린팅,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제조업 혁신 정책에 따라 치열한 경쟁 중에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모든 것이 불확실함 속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안락함보다 변화를 적극적으로 리드하여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모험이 필요한 때이다.
이승억 UNIST 상임감사 본보 14기 독자위원
<본 칼럼은 2016년 11월 15일 경상일보 19면에 ‘[독자위원칼럼]미국의 제45대 대통령 트럼프와 과학기술’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