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은 한국과 세계의 여러 정치적 상황이 요동치는 한 달이 되고 있다. 한국에선 정치적 이슈로, 미국에선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면서 전 세계가 향후 펼쳐질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 트럼프의 당선과 공화당의 집권은 과학기술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되어 울산을 비롯 많은 과학 기술 집중 도시는 민감한 반응이 일고 있다. 미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의 정책이 과학과 기술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특히 미국이 중심이 되어 온 과학 기술계에 어떤 영향이 있고, 이러한 변화가 한국 과학 기술 발달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 한번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과학계에선 선호하지 않았던 인물이다. 대부분의 과학계 종사자들이 민주당의 정책을 지원하는 경향성을 보여, 트럼프 선거 지원 캠프엔 그렇게 두들어진 과학계 인사가 참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 기간 중에 과학계에서 받아들이고 있는 많은 사실들을 부정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것들이 기후 변화에 대한 언급과 자폐증과 백신과의 연관성 같은 언급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을 부정하는 것으로 앞으로 과학계와 미 정부간의 마찰을 예고 한다고 할 수 있다. 벌써부터, 최근 파리에서 만들어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21차 유엔 기후 변화 협약을 존중하지 않을 것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마이런 에벨 기업경쟁력 연구소 소장의 인수위원 영입은 기후 변화에 대한 차기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생각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많은 과학자들과 국가 지도자들이 만들어 놓은 지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아마도 차기 미 행정부에선 더 이상 진전이 없거나 오히려 역방향으로 갈 가능성까지도 점쳐지고 있다.
생물의학 쪽은 어떨까?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가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부에서 어느 정도 가능해지면서 많은 발전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가 공화당의 보수 기독교지지 세력의 힘을 얻고 당선된 트럼프 행정부에선 다시 부시 전 대통령 행정부때와 마찬가지로 전면 금지될 가능성도 있다. 더욱히 미국 의생명과학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미국립보건원(NIH)을 공공연히 비판한 트럼프는 구조조정과 예산 삭감같은 정책이 나올 것으로 생각되어지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정책은 오바마 대통령 행정부에서 차근차근 만들어진 의생명과학의 발전이 더뎌지거나 멈추는 효과가 날 것으로 생각된다. 한 가지 큰 걱정은 트럼프 차기 대통령이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리고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생명 분야에서 이러한 우려가 많이 나타나는데, 첫째가 앞서 언급한 자폐증과 백신의 관계다. 지난 십수년간 백신 접종으로 자폐증이 유발된다는 주장이 잘못된 것이란 결과가 수없이 많은 연구로 증명 됐다. 극소수 연구가 백신과 자폐증이 관련이 있다고 보고 했는데, 이 결과들은 주로 이를 믿고 있는 몇몇 부모들의 지원에 의한 산물로 과학적 증거가 전혀 없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차기 대통령은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과학자, 전문의사들의 의견을 묵살해 버렸다. 이러한 자기 중심적 사고는 자신이 앞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한 의생명 분야에도 나타난다. 자신이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지원을 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것은 자신의 부친이 이 병을 앓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자기 중심적 사고로 과학의 방향을 정하고, 자신이 믿는 방향으로 과학을 몰고 가려는 중세적 사고 방식에서 나온 발언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이러한 트럼프 차기 대통령의 발언이 선거를 이기기 위한 일시적인 인기몰이 발언이기를 바란다. 미래를 바라보는 지도자라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이에 기초해서 정책을 세우기를 바란다.
미국의 이러한 현상과 유럽의 브렉시트의 효과는 앞으로 세계 과학 기술계의 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앞서 왔던 서구 과학계 주도권이 아시아권으로 옮겨올 수도 있다. 많은 서구 과학자들이 아시아를 선택해서 자리를 옮기고 있다. 한국도 그동안 추진해온 기초 과학원 사업과 같은 굵직한 사업들을 더욱 활성화해 세계적 석학들을 영입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모든 일련의 변화에 과학 기술계 종사자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과학적 양심과 소신을 알려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증명된 과학적 사실에 입각해서 과학의 발전이 뒷걸음 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 지금 우려되고 있는 많은 일들이 현실에 나타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명경재 UNIST 특훈교수/ IBS 유전체 항상성 연구
<본 칼럼은 2016년 11월 21일 울산매일신문 22면에 ‘[명경재 칼럼] 세계 과학기술계 변화와 이를 대처하려는 과학기술자 노력’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