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타 도시에 비해 대기업 중심도가 아주 높고, 중소기업 역시 대기업의 산업과 깊게 연계돼 실질적으로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기존 산업이 위기를 맞으면서 신산업 창출에 대한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시점이다. 신산업 창출을 위한 창업도시로서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울산이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를 돌이켜 본다.
창업도시가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창업생태계 및 그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물론 울산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창업생태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갈길이 멀어 보인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실리콘밸리를 포함한 샌프란시스코의 ‘Bay Area’에서는 다양한 창업기업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 뿐만아니라 새로운 창업기업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기존의 창업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돼 있다.
Bay Area에서는 기존 기업들이 다양한 분야의 새로운 창업기업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돕고 그와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하는 문화가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는데, 이는 적어도 두 가지 면에서 기존 기업들에게 장점이 있다.
첫째는 만일 그렇게 지원한 창업기업이 성공적으로 성장을 한다면 그 자체로써의 이득이 있는 것이고, 둘째는 기업의 핵심역량을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분야로의 진출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울산의 경우 UNIST, 울산대학교,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다양한 조직에서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기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새로운 창업 기업들을 지원하는 모습을 찾기는 힘들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조선업을 중심으로 기존 기업들이 새로운 창업 기업을 지원하고 있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조선업은 일반 창업가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진입장벽이 높고, 성공적으로 진입한다하더라도 사업을 확장시키는데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앞서 이야기 하였듯, 기존 기업은 새로운 창업 기업을 지원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 대한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탐색해볼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조선, 자동차, 정유 등 기존 산업에 집중하기 보다는 자유로운 주제를 탐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아직까지 울산은 어느 분야에 집중하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창업 기업의 문화를 확장시키는데 그 우선순위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은 신생 창업기업을 지근거리에서 도와줄 수 있는 멘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울산은 타 시도에 비해 그동안 대기업에 집중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좋은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는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 의식의 부재 등에 기인할 수 있다.
실제로 울산 지역에 몇몇 엔젤투자 모임을 알게 되었는데 실제 투자사례를 찾기가 힘들다고 의견을 주었다. 이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는 단순히 주식투자처럼 돈을 투자하고 회수하는 전략과는 거리가 멀다. 투자자는 창업자와 더불어 함께 그 기업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자신의네트워크 및 경험을 이용해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모든 투자자가 그런 역량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울산지역에서는 적어도 이를 이끌어 줄 수 있을만한 경험있는 투자자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UNIST 학생기업 3곳에 투자한 ‘Strong Ventures’의 배기홍 대표의 경우도 매달 울산에서 투자기업들과의 미팅을 진행, 현재의 상황을 점검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하고, 문제점을 함께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부산지역만 하더라도 스톤브리지, 시너지파트너스 등의 VC 들이 활발히 활동을 하며 투자 및 멘토링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음에 반해 울산지역은 이러한 네트워크의 형성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최근 UNIST에서는 ‘2016 Entrepreneurship Week’를 일주일 동안 진행, 매일 저녁 다양한 경험이 있는 창업자, VC, 멘토 등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외부에서 정보를 알고 일부러 찾아와준 분도 계셨고, 개인적으로 만나기 힘든 사람들과 소통하는 자리가 이어졌다. 이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는 울산이 잠재력이 풍부한 지역이라는 곳이었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창업생태계를 꾸려나갔으면 한다는 의견이었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우선순위를 잘 정하고 지금부터 멀리보고 한걸음씩 발전시켜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광욱 UNIST 경영학부 교수 기술창업교육센터장
<본 칼럼은 2016년 11월 22일 경상일보 18면에 ‘[경상시론]창업도시 울산으로 변모하기 위해서’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