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지산업의 향후 10년 명운은 리튬이차전지(LIB)의 에너지밀도를 결정하는 양극 및 음극소재 기술 확보 수준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리튬이차전지시장 규모는 2015년 212억달러에서 2020년에는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 모바일시장을 포함한 이동기기 등의 급격한 신장으로 600억달러를 넘게 될 전망이다. 이중 양극 및 음극소재 시장은 작년 45억달러에서 2020년에는 126억달러로 가파르게 증가해 차세대소재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차세대 전지로 불리는 리튬-산소전지, 리튬-황전지등은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기술적 난제에 봉착해 앞으로 20년내에 상용화 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LIB는 소재의 에너지밀도, 출력특성 및 원가개선 등으로 향후 10년은 주력 에너지원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따라서 전지업체의 혁신소재 개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2차 전지 제조원가에서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 수준이고, 여기서 양극과 음극은 40%를 차지해 이들의 재료비를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중국은 빠른 투자 결정과 내수 시장 성장으로 한국과 일본을 따라잡고 있다. 동일한 성능으로는 가격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게 된 것이다.
중국은 한국이나 일본 업체보다 1년정도 기술이 쳐져 있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LG화학과 삼성SDI의 전지 승인을 일부러 늦추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기자동차에 가장 많이 쓰이는 니켈(Ni)계 양극재는 NCM(니켈·코발트·망간)이 대세로 니켈 함량이 50% 혹은 60%가 주종을 이룬다. 니켈 함량이 60%인 경우 주행거리가 한번 충전에 200Km를 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2019년 목표로 1회 충전에 300Km를 주행하려면 니켈 함량이 80% 이상이거나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을 개발해야하지만 현재 상용화에 성공한 회사는 일본의 니치아와 스미토모광산뿐이다. 게다가 스미토모 제품은 파나소닉을 거쳐 전량 테슬라에 공급되고 있다.
한국 업체들도 상용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성능 미달로 개발이 더 필요한 실정이다. 주행거리 300Km 이상의 전지개발을 위해서는 차세대 고용량 음극소재 개발이 필수이다. 하지만 음극소재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흑연계의 경우 한국은 이미 일본 및 중국업체에 밀려 이들 국가로부터 흑연소재를 공급받는 상황이다.
국내전지업체들은 전세계 점유율이 40%에 달하고 있지만 소재 국산화율은 4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양극 및 음극 소재는 전지기종에 따라 중국산을 전량 사용한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의 사정은 국내와 정반대다. 예를 들어 요즘 삼성 갤럭시 S7에 사용되는 전지를 공급하는 중국의 ATL사는 모두 자국내 업체들과 협력관계를 통해 공급을 받고 있다.
국내 양극소재기업들의 경우 전지 업체에 납품하는 업체는 4군데 정도지만 그 비중이 50%정도밖에 지나지 않고 흑연소재 공급은 전무한 상태이다. 특히 음극의 경우 국내벤처 한 곳만이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전지 연구개발 단계부터 상용화까지는 전지업체별로 요구하는 특성치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다른 전자부품소재와는 달리 5년이상 시간이 소요된다. 이런 이유로 국가 주도적인 연구개발(R&D)사업을 통해 보다 적극적인 육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국내의 전지업체들도 소재의 중국 의존성에서 탈피해 국내소재산업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몇 년전 중국이 희토류 금속들의 수출을 금지하면서 국내 디스플레이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은 일을 상기 할 필요가 있다.
조재필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6년 12월 1일 머니투데이 8면에 ‘[기고]리튬이차전지, 앞으로 10년이 좌우한다’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