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다보스포럼에서 4차산업혁명의 화두가 던져진 이후 주요 선진국들이 정부차원에서 혹은 대기업과 연계해 발 빠르게 4차산업혁명에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부차원의 대응전략에 부심하고 있으나 준비가 뒤처지고 있다. UBS(스위스투자은행)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4차산업혁명 준비지수’를 노동시장의 유연성, 기술 수준, 교육시스템, 인프라 수준, 법적 보호 등 5개 요소를 기준으로 발표했다. 한국은 139개국 중 25위에 불과하다. 일본(12위), 대만(16위) 보다도 뒤떨어진다. 울산도 김기현 시장이 얼마 전 4차산업혁명을 울산경제의 돌파구로 삼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울산의 4차산업혁명 준비지수는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울산이 오래된 굴뚝산업의 첨단화, ICT와의 융합으로 탈공업화의 시동을 건지 얼마 안돼 4차 산업혁명이 이미 우리에게 다가왔다. 이제 울산은 탈공업화를 넘어 4차산업혁명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경제위기를 극복해야한다. 아직 일치된 정의는 없으나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는 ‘융합’이다. 단순한 융합이 아니라 기존의 ICT와 인공지능이 초연결되어 ‘지능화’된 산업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이 아직은 생산성제고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조만간 관련된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면서 정부도 이를 신성장동력 창출전략으로 강화할 것이다. 서울대도 이슈가 됐던 시흥 제2캠퍼스를 4차산업혁명에 대비한 연구인프라 및 산·학협력을 위한 융·복합 확장캠퍼스로 활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필자는 울산의 4차산업혁명에 대응방안의 하나로 현재 건설 중인 울산테크노산단 ‘울산산학융합지구’를 4차산업혁명을 위한 시범허브로 육성할 것을 제안한다. 지난해 11월 기공식을 가진 울산산학융합지구는 단지 내 유니스트, 울산대 등 교육기관, R&D센터, 연구소가 들어서 한국형 실리콘밸리를 조성하여 창조경제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창조경제는 이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바뀔 것이다.
따라서 울산산학융합지구는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로봇공학, 3D프린팅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첨단 융합소재를 아우르는 4차산업혁명 시범허브로 육성됐으면 한다. 그래서 탈공업화에 뒤진 울산이 4차산업혁명의 기술과 시장을 선점하는 돌파구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명확한 청사진과 준비가 필요하다. 4차산업혁명이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자리 감소와 같은 사회적 부작용도 예상된다. 이번 기회에 4차산업혁명에 대한 종합적 준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은 ‘울산산학융합지구’를 4차산업혁명을 위한 시범허브로 추진해 나가면서 보다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함께 마련해 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4차산업혁명을 위해 또한 중요한 것은 인재양성이다. 4차산업혁명은 첨단기술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UBS도 교육수준을 4차산업혁명의 준비지표의 하나로 포함하고 있다. 인공지능, ICT, 빅데이터 등 관련기술역량을 갖춘 인재는 물론이고 기술을 경영할 기술경영전문인도 필요하다. 그리고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감성적 지능을 키우는 인문학도 필요하다. 한마디로 4차산업혁명 관련 융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산업화시대의 인력으로는 4차산업혁명을 감당할 수 없다. 울산산학융합단지가 4차산업혁명을 뒷받침 할 창의적 융합인재육성의 장이 돼야 하는 이유이다.
다보스 포럼의 슈바프회장은 “4차산업혁명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고 했다. 4차산업혁명에 대해 흥분할 필요는 없다. 불안해 할 필요도 없다. 명확한 청사진을 가지고 차분히 대응한다면 울산경제의 재부흥은 보다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정구열 유니스트 기술경영전문 대학원장
<본 칼럼은 2016년 12월 14일 경상일보 18면에 ‘[정구열칼럼]울산의 4차산업혁명 준비지수는 얼마인가’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