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의 두 종파 수니파 시아파의 갈등이 지속된 역사는 약 1,400년이나 된다. 다수파는 수니파로 전 이슬람교도의 90% 정도가 신봉하고 있으며 시아파는 10 % 정도로 소수파다. 또한 수니파를 이끌어 가는 대표국가는 사우디 아라비아이며 시아파의 대표는 이란이다. 시아파가 득세하고 있는 지역은 이란과 이라크, 예멘 일부,아프간 일부, 시리아 일부 및 사우디 동부 일부가 포함된다.
특히, 78년 10월 호메이니 이슬람 혁명발발로 팔레비 왕정체제를 무너뜨리고 새롭게 수립된 이란 이슬람공화국의 등장(이슬람 공화주의혁명 수출을 국시로 발표)은 세습왕정체제를 유지하는 수니파 국가들에게는 큰 위협이 되었다. 이후 사우디 중심의 수니파 중동국들과 이란중심의 중동국가간의 종교적 헤게모니 쟁탈전은 도를 더해 온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단순한 종교적 갈등을 넘어 이제는 정치, 경제, 외교등 전방위적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그 갈등의 원인은 AD 632년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하마드가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고 죽자 후계자 지명 문제로 갈등을 빚게 된다. 수니파의 입장은 이슬람 공동체내에서 능력 있는 자를 칼리프로 지명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반해, 시아파는 반드시 무하마드 혈통에서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통 칼리프로서 1대 칼리프 (수니파,아부 바크르), 2대 칼리프(수니파,오마르),3대 칼리프(수니파, 오스만)로 내려간 후 4대 칼리프에는 무하마드의 유일한 혈통인 4촌이자 사위인 알리(AD656 -661)가 오른다. 그러나 알리는 수니파에 의해 암살당하고 두 아들 또한 암살·전사함으로 무하마드 혈통은 단절됐다.
그러나 시아파는 이를 부인하고 알리는 어딘가에 살아 있고 언젠가는 돌아올 것을 믿고 있다. 그래서 수니파의 정통성,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제4대 정통 칼리프를 제1대 이맘으로 임명하면서 시아파는 이맘체제로 독자의 길을 가게 된다. AD 680년 수니파 칼리프 야지드는 카르발라에서 쿠파로 이동중이던 시아파 3대 이맘 후세인과 그의 가족들 72명을 사막에서 포위한 후 10일만에 몰살시킨다.
이 사건은 무슬림 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줬으며 시아파는 이를 애도하기 위해 ‘아슈라(Ashura) 애도기간(무하람달 1-10일)’을 정해 라마단보다 더 중시하며 매년 10일간의 애도기간을 추모한다. 시아파는 10일간 울부짖고 통곡하는 아슈라를 통해 시아파의 정체성을 확인하면서 연대와 통합을 강화해 나가는 수단으로 삼고 있어서 수니파-시아파간 갈등양상은 앞으로도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두 종파간 갈등이 석유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
최근의 대표적 갈등으로는 이란-이라크전쟁(‘80-‘88), 현재 진행중인 시리아 내전,사우디의 예멘 전쟁개입, 금년초 이란과의 외교단절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슬람 세계와 중동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사우디와 이란 양국간의 더 치열한 갈등과 경쟁이 각 부문에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 외교 부문에 있어서는 사우디는 고립무원의 어려운 시기를 겪을 것이지만, 이란은 핵 협상 타결이후 막대한 잠재력을 기반으로 친서방 친중으로 보폭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사우디는 그 동안 친미전략으로 미국의 지지를 받아 왔지만 핵 타결 이후 미국이 중립적 위치로 선회함에 따라 그 입지가 급격히 좁아졌는데 트럼프의 당선은 입지를 더욱 약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의 대이란 정책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아직 불분명하지만 트럼프가 미국 에너지자립에 방점을 두는 이상 이란도 안도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또한 “중동지역에서 어느 국가도 패권국가가 돼서는 안 된다” 는 미국의 대중동외교의 골간을 이해하면 그 이유는 자명해진다. 이란은 경제개발 및 개방을 무기로 더욱 서방 및 중국으로 접근을 시도할 것이 예상된다.
둘째, 경제부문에서는 사우디가 더 압박을 받을 것이다.
대이란 경제제재조치가 풀리면서 가장 위기를 느끼는 국가는 사우디다. 그 동안 경제제재조치로 손과 발이 묶였던 이란은 재도약을 위한 유리한 국면을 맞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 2년간 저유가의 늪을 통과하면서 막대한 재정적자와 복지혜택감축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금년도 IMF 자료에 따르면 재정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재정균형유가(fiscal break-even price)도 사우디($79.70/배럴)가 이란($55.30/배럴)보다 높다. 즉 필요한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유가가 높아야 하는 나라는 사우디인 것이다. 재정수입의 90%를 석유·가스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사우디로서는 복지축소에 따른 국민불만을 무마하고 젊은이들에게 도전과 변혁을 보여주려면 국영석유사 아람코의 상장(IPO), 무하마드 빈 살만 왕자의 ‘비젼 2030’을 서둘러 발표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셋째, 사우디가 직면한 석유시장은 풀기 어려운 복잡한 방정식이다.
사우디의 최우선 목표는 최대산유국으로서 시장점유율을 지키는 것이요. 안으로는 국가발전 및 복지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충분한 재정(적정유가수준)을 확보하는 것이고 대외적으로는 경제제재에서 풀려난 이란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주변국으로의 세력확대를 견제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시아파의 세력확대와 이슬람 공화국체제를 수출하려는 이란의 의도를 좌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석유수출국기구(OPEC)내에서는 이란의 산유량 증대(생산 쿼터)를 막아야 하며 유가상승도 견제해야 한다. 그러나 유가상승은 이란을 돕고 미국 셰일 원유.가스의 생산증가를 초래할 것이고 유가견제는 자국경제도 손상되기 때문에 이것이 사우디의 딜레마인 것이다. 그래서 사우디의 아람코 기업공개는 이란으로 쇄도하는 서방자본을 자국으로 유치하면서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동시에 상장을 통해 조성된 막대한 자금(3조 달러)으로 국부펀드를 조성해서 OPEC내부의 난제를 해결할 지렛대로 활용하는등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넷째, 사우디-이란간 갈등은 아시아 석유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으로 나타날 전망!
지난 11월말 OPEC의 감산합의, 12월의 러시아등 비OPEC 국가들과의 감산협조등으로 석유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데는 일단 성공한 듯 보이나 이라크 리비아등 예외인정 국가들의 생산증대수준, 합의결정시기-실제감산 착수시기의 큰 시차, 비OPEC국가들의 감산합의 준수여부 불확실등으로 유가지지여부는 내년초에 분명해질 것이다. 특히, 트럼프 당선자의 미국의 에너지자립과 사우디 원유 수입금지공약은 사우디로 하여금 새로운 출구를 찾게 만든다. 특히, 이란은 수출물량을 UN제재이전으로 신속히 회복하기 위해 파격적인 할인판매를 지속해 오고 있는데 이에 맞서 사우디도 원유가격을 할인해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미국으로의 수출이 어려워지고 유럽에의 수출이 정체돼 있다면 대안으로 역동적인 석유수요증가를 보이고 있는 아시아지역을 두드릴 수 밖에 없으며 러시아 또한 신동방정책의 추진으로 아시아 시장을 겨냥할 것이기 때문에 결국 아시아 시장에서 사우디,이란 러시아등 대산유국들의 치열한 각축장이 될 공산이 크다.
끝으로 사우디-이란간 갈등은 지난달 감산합의시 일시적 휴전양상을 보였지만 향후 OPEC안팎에서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점유율 유지와 대이란 견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사우디의 석유시장 제어능력은 내년도 아람코 신규 상장이후 2018년에 처음으로 공개될 아람코의 회계 및 기술보고서 등에서 좀더 분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김관섭 UNIST 경영학부 초빙교수
<본 칼럼은 2016년 12월 26일 울산매일신문 23면에 ‘[시론] 이슬람 수니파-시아파 갈등과 석유시장’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