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고 있는 물체에 대해 설명할 때 색을 물체의 주요 특징 중의 하나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내가 새로 산 옷에 대해 설명할 때 어떤 색인가는 가장 먼저 설명하는 것 중 하나인데, 옷 색이라는 것이 주변 환경에 따라 계속 바뀌는 것이 아닌 옷 자체의 고유 특성이라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이 색을 보기 위해서는 빛을 내는 조명이 필요하고 물체가 있어야 하며 가장 중요하게는 눈(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눈과 뇌를 포함하는 시각 시스템)이 필요하다. 조명에서 나온 빛은 물체의 표면에 닿게 되고, 물체 표면에서는 물체의 고유 반사 특성에 따라 빛의 일부는 흡수되고 나머지는 반사가 된다. 우리 눈에 들어온 빛은 망막에 있는 감광 세포들에 의해 흡수되고 뇌로 보내져 ‘보게 된다’. 물리적인 특징만 보자면 같은 물건이라도 조명이 바뀌면 물건으로부터 반사되어 나온 빛의 특성은 크게 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조명이 바뀐다고 느끼지 물건의 색이 바뀐다고 인지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물체의 색이 늘 같은 색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은 뇌 덕분이다.
사람 눈에 들어오는 색 정보는 ‘조명’에 관한 정보와 ‘물체’에 관한 정보두 가지가 결합된 형태로 들어오게 된다. 그러다 보니 사람이 색으로부터 충분한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눈에 있는 세포들을 이용해 빛을 측정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뇌에서 해석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시각 정보는 우리의 뇌 뒤쪽 부분에 있는 시각 피질이라는 곳에서 처리되는데, 정보 처리 과정에서 사람의 시각 시스템은 조명의 빛의 세기나 색의 변화를 어느 정도 상쇄시켜 조명 변화에 상관없이 물체의 색들이 일정하게 보이게 만든다. 이러한 특성을 ‘색채 항상성’(color constancy)이라고 부른다.
색채 항상성을 가능하게 하는 메커니즘 중의 하나는 흰색을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색들을 인식하는 것이다. 내가 보는 환경에서 가장 밝은 색은 항상 흰색으로 인식하게 되고 이 흰색을 기준으로 장파장대 빛이 더 많이 나오면 붉은색, 단파장대 빛이 많이 나오면 파란색 등으로 해석하게 된다. 그렇기에 흰 종이는 촛불 아래에서 보건 대낮에 보건 상관없이 항상 흰색으로 보인다.
곽영신 UNIST 디자인및인간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5년 1월 28일 경상일보 18면에 ‘[곽영신의 색채이야기(4)]색의 항상성’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