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HPAI)로 인해 전국 양계 농가와 방역 당국의 시름이 깊다.
공기 속 조류 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는 바이오 에어로졸의 일종이다. 바이오 에어로졸은 기체상의 미생물, 또는 생물에서 발생한 기체상의 모든 물질을 가리킨다. 살아 있거나 죽은 미생물, 그 미생물 부스러기와 독소, 곰팡이 포자, 꽃가루, 동식물에서 발생한 알레르기 물질, 사람의 몸에서 나온 기침이나 체액 등을 포함한다.
바이오 에어로졸은 자연에 무한히 많다. 집 안과 밖, 건물 내외부, 동식물 거주지 등 존재하는 곳도 헤아리기 어렵다. 크기는 1마이크론보다 작은 것부터 100마이크론까지 존재한다. 바이오 에어로졸 가운데 특히 바이러스 에어로졸은 전 세계에서 유행되던 신종 인플루엔자에서 현재 전국 양계 농가에 심각한 피해를 안기고 생활 물가까지 들썩이게 만든 AI와 구제역, 사스, 메르스 등 일상 생활의 가벼운 감기 증상에서 심각한 호흡기 질환까지 다양한 질병을 유발하는 물질이다.
바이러스 에어로졸에 의한 질병의 전파와 확산 경로는 우리를 두렵게 만드는 핵심 요소다. 전염된 숙주 동물의 체액을 통해 직접 감염되기도 하지만 이 체액이 체외로 분출된 후 지상으로 바로 떨어지지 않고 공기 중으로 이동해 전염이 이뤄지기도 한다. 구제역 바이러스의 경우 발생 장소에서 멀게는 수백㎞ 떨어진 지역까지 전염시킬 수 있다.
바이러스 에어로졸에 의한 질병은 전파 경로의 특성상 다른 숙주 동물로의 전염이 매우 빠르게 나타난다. 이에 따라서 제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생물 재난으로 확대된다. 생물 재난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나아가 발생했어도 조기에 진압하려면 공기 중 원인균에 관한 정보를 찾아 분석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 과정이 쉽지 않다.
먼저 바이러스 에어로졸을 채집해야 하고, 채집 후 분석을 위해 숙련된 기술자와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다. 채집부터 분석까지 며칠 동안의 시간도 필요하다. 특히 공기 중 바이러스의 존재에 대해 인지하는 것이 대부분 질병 발생 후 이뤄진다. 이 때문에 바이러스의 숙주 내 잠복기와 발병 후 측정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감안한다면 신속 대처가 어려운 분야다.
현재 기술로는 효과적인 바이러스 채집부터 난제다. 공기 중에 원인 바이러스가 있는지 없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안정된 물리·생물학적 채집 기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1마이크론 이하 크기의 바이러스 입자 채집이 필수다. 바이오 에어로졸 채집 장치로 `임핀저`가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임핀저는 특성상 바이러스보다 더 큰 입자인 박테리아 채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바이러스 입자도 채집할 수 있지만 10% 미만의 낮은 채집 효율을 나타낸다. 임핀저의 빠른 채집속도에 의해 바이러스가 손상되기도 한다. 바이러스의 병원성 정보를 충분히 얻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 같은 문제 극복을 위해 공기 중 바이러스를 실시간 채집해 모니터링하는 기술과 이에 적용 가능한 채집 장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연구 인력 부족에다 투자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이러한 기술 난제를 해결할 뚜렷한 연구 성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공기 속 바이러스와의 술래잡기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필자는 미생물학, 기계공학, 환경공학 등 다양한 학문 간 공동 연구로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연구자의 의지뿐만 아니라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공기를 매개로 전염되는 신종플루, 사스, 메르스 등 바이러스성 질병에 의한 재난 상황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재성 UNIST 기계 및 원자력공학부 교수 jjang@unist.ac.kr
<본 칼럼은 2017년 1월 13일 전자신문 26면에 ‘[ET단상]공기 속 바이러스와 술래잡기’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