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술로 개발한 ‘제3세대 신형원자로형(APR1400)’ 신고리 3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지난 1992년 6월 정부가 G-7과제로 안전성과 경제성을 크게 개선한 신형경수로 원전 개발을 목표로 세운 지 약 24년만에 마침내 그 결과물이 빛을 발하게 된 셈이다. 이처럼 4반세기에 걸친 산고 끝에 결실을 맺은 신고리 3호기의 상업운전 개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첫째, 신고리 3호기는 세계 여러 국가가 건설 중인 ‘제3세대 신형원전’ 중 최초로 상업운전을 시작함으로써 원전 산업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리 기술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국내 첫 원전인 고리 1호기를 건설했던 1970년대에는 미국 업체가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방식으로 원전을 지었다.
당시 원전 기술을 보유하지 못했던 국내 기술자들은 어깨 너머로 선진 기술을 습득했고, 이후 부단한 연구와 개발을 통해 원전 기술 자립을 추구해 왔다. 신고리 3호기는 그동안 기술 자립을 위해 땀을 흘린 성과로서 전 세계 원전 산업에서 우리의 위상을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신고리 3호기는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우리 원전의 참고원전으로 원전 수출과도 직결된다. 신고리 3호기의 상업운전 개시는 원전 수출의 활로를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신고리 3호기 상업운전 개시가 갖는 또 다른 의미는 기술력과 투자를 바탕으로 안전성이 더욱 향상된 원전을 선보이게 됐다는 점이다. 지난 2011년 지진해일(쓰나미)이 야기한 일본 후쿠시마 사태는 원전 사고에 대한 대중의 경각심을 높이고 원전 안전 보강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에 한수원은 지난 5년간 지진 및 쓰나미 등에 대비해 1조원 이상 들여 시설을 보강, 규모 7.0 수준 이상의 지진에 견딜 수 있는 성능을 확보하는 등 신고리 3호기의 안전성을 강화했다. 기존 원전에 비해 훨씬 높은 안전성을 갖춘 신고리 3호기는 원전 안전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 번째로 꼽을 수 있는 신고리 3호기 상업운전의 의미는 국내 안정적인 전력 수급과 함께 온실가스 절감이 기대된다는 점이다. 신고리 3호기의 연간 예상 발전량은 약 10,424GWh로 부산, 울산, 경남지역 전력량의 약 12%를 충당하는 수준이다.
또한, 신고리 3호기 상업운전이 유연탄, 석유, LNG 등 화석연료를 이용한 화력 발전을 대체함으로써 약 858만t(유연탄 대비) 수준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지난 2015년 11월 국제적 신기후체제 출범에 따라 우리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망치(BAU) 대비 37% 감축하겠다는 자발적 감축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국민적 참여와 노력이 필요한 상황에 신고리 3호기의 상업운전은 이러한 목표 달성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끝으로, 신고리 3호기의 상업운전 개시로 원전 운영 인력의 고용 및 전문 인력 양성을 통한 지역 경제 부양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미 신고리 3호기는 건설기간에 일일 최대 3,000명, 연인원 620만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고, 약 7조원의 공사비 투입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 이제 상업운전의 시작으로 한수원, 협력사 신규 인력 및 정비, 용역 등 지원인력에 대한 고용창출과 함께 매년 4,700억 원의 경기부양 효과를 통해 지역 경제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게 될 것이다.
신고리 3호기가 상업운전에 들어가기까지 많은 난관을 겪었다. 기기 성능검증 기관이 안전등급 케이블 시험성적서를 위조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 공정이 14개월 간 지연되기는 했으나, 오히려 문제가 된 케이블을 전면 교체함으로써 신뢰를 회복하는 ‘반전’이 있기도 했다. 또한, 원전 밸브 공급사인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이 부품 열처리 오류에 따른 리콜을 통보하면서 6개월 간 밸브를 재생산한 뒤 전면 교체하기도 했다.
이러한 난관 속에서 안전을 강화하고 신뢰를 회복해 온 신고리 3호기가 대한민국 에너지 역사를 새롭게 쓰게 되기를 희망한다.
손동성 UNIST 교수
<본 칼럼은 2017년 1월 13일 울산신문 12면에 ‘신고리 3호기, 상업운전 개시의 의미’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