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태풍 차바는 울산에 2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시간당 130㎜의 집중호우를 동반한 태풍 차바는 가을 태풍으로는 이례적으로 강하기도 했지만 피해가 더 컸던 이유는 재난대비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문제를 들 수 있다. 차바에 대한 기상청의 예보는 24시간 전을 기준으로 비교적 정확했다. 전날 기준으로 제주도를 거쳐 동남권 지역에 강풍과 호우를 동반할 것이라고 예보했고, 국민안전처와 해당 지자체는 주민들에게 차바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함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경고했다. 차바가 상륙하기 전날인 10월4일, 울산 기상대에 출장 중이던 필자는 기상대 직원들이 관련부처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재난 대비를 요청하는 것을 옆에서 들었고, 그날 저녁 이에 관한 뉴스를 직접 시청했다. 재난 대비 경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민들은 이를 간과하고 방심하다 큰 피해를 입었다.
차바와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는 더 큰 강도를 가진 허리케인 매슈가 남부지역을 강타, 플로리다 주지사의 강제대피 명령으로 150만명이 타 지역으로 대피했다. 이들 중에는 매슈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지 않은 사람도 다수였지만 이들은 대피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큰 불만을 갖지 않았다. 기상청의 예보를 믿고 행정부의 명령을 적극적으로 따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을 수 있었다.
이처럼 재난에 대비하고 대응하는 주체가 누구냐에 대한 인식은 재난관리에서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일수록 재난관리의 최종 주체가 개개인이라는 사고가 강해 재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경향이 크고 이로 인해 재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그렇다면 재난관리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번째는 재난관리 교육 강화이다. 재난 발생 시 대응법은 학교교육, 매뉴얼 보급, 매스컴 홍보 등을 통해 어느 정도 교육되고 있다. 하지만 재난 상황을 직접 경험해보고 대응법을 습득한다면 실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좀 더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재난체험학습센터와 같은 실습 중심의 교육시설 확충이 필요하다. 그리고 능동적인 재난대비를 위해 재해 예·경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교육돼야 한다. 재해 예보에 많이 활용되는 태풍의 강도 기준, 집중호우의 정의, 지진의 규모 등을 정확하게 교육한다면 재난대비에 대한 판단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기상청과 국민안전처 등의 재해 예보에 대한 불신을 줄이기 위해 예보 활용법과 수준을 정확하게 이해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재난관리 인식 개선을 위해 필요한 두 번째는 언론의 협조이다. 재해 예보를 담당하는 기상청의 경우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잘할 때는 칭찬듣기 힘들고 못할 경우 전국민의 뭇매를 맞기 때문이다. 기상청의 예보가 맞지 않았을 경우 언론은 이를 문제 삼는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하며 기상청의 예보 신뢰도를 떨군다. 이런 상황이 반복될 경우 국민들의 기상청에 대한 믿음이 낮아져 맞는 예보를 할 경우에도 양치기 소년처럼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할 수 있다. 작년 태풍 차바의 경우도 반복된 기상청의 오보 기사 때문에 예보를 믿지 않고 방심한 사람들이 많아 큰 피해가 초래되었다. 언론은 기상청의 오보를 이슈화해 예보 신뢰도를 낮추는 것 보다 신속 정확한 재난정보 전달이라는 기본 역할에 충실해 국민의 능동적인 재난관리를 도와야 한다.
마지막으로 재난관리의 주체는 국가가 아니라 바로 국민 개개인이라는 인식을 스스로 가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의 생명과 재산은 스스로 지킨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재난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간다면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와 더불어 도시화, 산업화로 인해 재난은 대형화·복합화 되고 있다. 재난관리에 있어 국가와 지자체 행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국민 개개인의 노력 또한 필수적이다. 재난관리의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재난관리에 대한 국민 개개인의 인식이 개선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차동현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7년 3월 8일 경상일보 18면에 ‘[경상시론]재난관리 인식 개선의 필요성’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