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는“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생명공학기술, 3D 프린팅 등의 10대 유망기술의 융합으로 완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3D 프린팅은 매해 성장하고 있는데, 이 글에서는 금속 적층 제조 시장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미래 생산기술로서 3D 프린팅 기술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DfAM(Design for Additive Manufacturing)을 알아야 한다. DfAM은 3D 프린팅을 제조현장에서 활용하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3D 프린팅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 시장을 창출하는 열쇠이다.
4차 산업혁명과 3D 프린팅 기술
4차 산업혁명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회자되고 있다. 일찍이 산업혁명은 인류 사회 전반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미쳤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항상 물류와 제조 수단의 혁신과 함께했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4차 산업혁명에서는 드론, 로봇,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으로 이야기되는 물류의 자동화/지능화, 3D 프린팅으로 대변되는 제조 공법의 혁신이 그 수단이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4차 산업혁명의 논의 이전, 이미 2010년 전후로 3D 프린팅 관련 기술과 시장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다. <표 1>에서 볼 수 있듯이 3D 프린팅 장비, 재료, 소프트웨어 및 관련 서비스를 모두 포함한 시장은 매년 30%가 넘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특히 제품 관련 시장과 동일한 규모의 서비스 시장도 창출되고 있음을 볼 때 3D 프린팅이 가져올 제조업과 제품서비스 시장의 변화는 상상 그 이상일 것으로 기대된다.
3D 프린팅 기술은‘ 적층제조(Additive Manufacturing)’라고도 불리고 있다. 원래 목적이었던 시제품 제작을 넘어, 실제 제품의 생산에 쓰일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는데서 그 의미를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최근 탄소복합소재나 금속 성형이 가능한 고성능 산업용 장비의 개발과 보급이 이러한 흐름을 이끌고 있다. 이제 더 이상 3D 프린팅을‘ 한 번 시험 삼아 만들어보는’ 과정으로 볼 수 없는 이유인 것이다.
일례로 미국 GE는 2015년 미연방항공국 인증을 획득해 가스터빈 엔진에 사용되는 온도측정 센서하우징을 3D 프린팅해 현재 상용 엔진에 적용하고 있다. 또한 2016년 세계 최초로 22개 부속품으로 구성된 연료분사노즐(Leap Fuel nozzle)을 단일부품으로 3D 프린팅 생산하여 엔진 장착에 성공하였다. <그림 1>은 GE에서 제작한 부품들이다. 2020년까지 항공용 엔진에서 3D 프린팅 생산 부품의 수를 10만개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하니, 이제 상업용 항공기 시장에서는 3D 프린팅이 주 요 생산기술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디자인, 설계, 제조 분야에서 3D 프린팅 기술이 가지는 의미는 실로 경이롭다고 할 수 있다. 일찍이 3D 프린팅은 기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를 받아왔다.
아이디어에서 제품 생산까지의 과정이 놀라울 정도로 단축되는 것은 물론, 디자인과 설계의 관점이 180도로 달라져 기존에 볼 수 없었던 획기적인 디자인의 적용이 가능해지고 최적설계를 통한 경량/고강성 구조의 구현, 복잡한 형태의 제품을 복잡한 조립 과정없이 한 번에 생산 가능하거나 복합소재의 동시적용이 되는 등 3D 프린팅 기술로만 가능한 혁신적 설계 방법이 생산에 적용 가능하다. 이를 DfAM이라고 하며, 3D 프린팅 기술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설계 및 엔지니어링 접근 방법이다.
DfAM(Design for Additive Manufacturing)은 기존의 DfM(Design for Manufacturing)에서 진보된 개념으로, 기존의 설계와 제조 과정에서 마주치는 공정상의 제약들을 극복하는 해법 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림 2>는 DfAM이 극복할 수 있는 설계형상, 재료, 차원의 복잡성에 대한 3D 프린팅 기술의 적용 사례를 도식화한 것이다.
<그림 4>의 그래프에서 보이듯이 수송기기 산업에서는 3D 프린팅 기술이 신제조 공법으로 각광받는 이유가 있다. DfAM 기술을 사용하여 복잡한 기능과 형상의 부품 모듈을 별도의 조립공정 없이 일체형으로 제작할 수 있으며, 내부구조가 복잡한 고강성, 저진동, 경량 차량 부품 설계 및 제작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자동차 시장은 2020년에는 2016년의 두 배 이상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출처 : IHS)
실제로 국내외 유명 완성차 업체들은 플라스틱 뿐 아니라 금속, 탄소복합소재로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자동차 생산에 적용하고자 하는 노력들을 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독일을 필두로 한 유럽의 유명 메이커들, 미국과 일본의 거대 자동차 기업 등 많은 완성차 업체 및 관련 부품기업들이 3D 프린팅 장비를 신차 개발 및 양산에서 적극 활용해 오고 있다는 사실도 더 이상 비밀은 아니다. 또한, 국제 전시회장에서 <그림 3>과 같은 고성능 경량화 자동차 부품 개발의 사례들을 찾아보는 것은 이제 너무 식상할 정도이다.
미국의 FIT WEST는 DfAM 기술을 활용하여 F-1 자동차 실린 더 블록을 고성능화하고 무려 80% 경량화에 성공했다. 또한 토요타는 폴리머 재질의 3D 프린팅 경량 자동차 시트를 소개하여 큰 주목을 끌기도 했다.
특히, 2014년 미국의 로컬모터스는 3D 프린팅 전기차를 대중에 선보여 큰 주목을 받았다. 3D 프린팅이라는 생산기술을 가운데 두고 디자이너-개발자-소비자가 함께 고민하는 협업 플랫폼을 제안하면서 새로운 제조업의 비즈니스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는데, 이는 미래의 자동차 산업을 포함한 모든 제조 산업이 소량, 다품종, 경량, 고성능, 맞춤형의 방향으로 진행되는데 3D 프린팅과 DfAM 기술이 핵심 엔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이다.
UNIST에서도 <그림 5>와 같이 DfAM을 적용한 전기자바이크 제작을 2016년에 진행했다. 이를 통해 위상최적화를 통한 60%의 경량화와 저진동 고강성 프레임의 설계 제작까지 일주일만에 완료할 수 있었다.
이러한 DfAM을 통한 생산 분야에서의 혁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의 산업은 여전히 3D 프린팅 기술의 활용 사례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 새로운 기술을 우리 산업 실정에 맞는 적용 분야를 발굴하고 개발 노하우를 축척해야 하지만, 현재는 해외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이미 해외에서는 DfAM을 이용한 항공기 엔진 부품 양산,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고 심지어는 3D 프린터로 다리도 건설하고 하루 만에 건물도 지었다고 연일보도되고 있는 현실에 비하면 약간의 위기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3D 프린팅 기술, 그리고 한국의 자동차 부품 산업의 미래
<그림 4>의 그래프를 보면 3D 프린팅이 가장 많이 활용되는 분야가 바로 자동차 산업이다.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이 자동차 제조업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도래하는 산업혁명의 시작을 3D 프린팅 기술의 자동차 산업 활용을 통해 도모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현재 UNIST는 산업통상자원부의‘ 3D 프린팅 응용 친환경 자동차 부품 R&BD구축’ 사업을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수행 중에 있다. 이 과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산업기술거점기관지원사업(기반구축) 중 하나로 UNIST를 비롯해 울산경제진흥원, 울산테크노파크,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함께 참여한다.
이 사업단은 3D 프린팅을 응용한 친환경 자동차 생산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다양한 장비와 전용공간을 구축하고, 기업의 연구 개발과 교육 등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적 수준의 경량 자동차 부품 개발 및 친환경 생산기술 연구의 기반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국내 자동차부품 중소기업의 사업화와 기술 개발을 지원하여 단순히 3D 프린터 장비를 대여하는 수준을 넘어 아이디어 단계부터 기술개발, 시제품 제작, 사업화, 시험·평가·인증 등 사업화 전반에 걸친 통합적인 지원을 진행 중이다. 자동차 산업에서의 기술 혁신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은 어쩌면 대한민국이 짊어지고 나가야할 숙명적인 과제일 것이다.
글: 김남훈&박형욱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및원자력공학부 교수
※필자 소개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및원자력공학부 교수이자 UNIST 3D프린팅첨단생산기술센터장으로 DFAM 생산시스템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을 연구하고 있다.
E-mail │ nhkim@unist.ac.kr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및원자력공학부 교수로 다차원복합제조와 마이크로머시닝을 담당하고 있다. E-mail │ hwpark@un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