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다양한 화학물질들이 제조되고 사용됨에 따라 이들의 직간접적인 환경유출은 피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 됐다.
인류가 만든 화학물질들, 주로 유기화학물질들은 하폐수처리 방류수, 우수로 인한 비점오염, 매립지 침출수, 오염사고 등 다양한 경로들을 통해 수계로 유출되고 있다. 또한 수계를 위협하는 유기오염물질들은 공업용 화학물질, 농약류, 의약물질들, 그리고 인공화합물은 아니지만 녹조로부터 기인하는 유기오염물질들(조류독소 및 이취미 물질) 등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유기오염물질들 중 상당수는 자연적으로 잘 분해되지 않고 수계에 항상 미량으로 잔재하게 된다.
미량유기오염물질들로부터의 위협은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특별히 관리되고 있는 상수원이라고 해서 완벽하게 피해갈 수는 없다. 1990년대 초 낙동강 페놀사건을 계기로 낙동강 수계를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대구, 부산 등지를 시작으로 고도정수처리공정이 도입됐고 전국적으로 확산돼 왔다. 우리나라에서 도입한 고도정수처리공정은 주로 강력한 산화제인 오존을 통한 유기오염물질의 분해공정과 높은 비표면적을 가진 활성탄을 통한 흡착공정으로 이뤄진다.
울산시의 경우 그간 전체 수돗물의 약 60%를 고도정수처리공정을 통해 생산했으나, 지난해 9월 천상정수장 고도정수처리시설을 준공함으로써 100% 고도정수처리된 수돗물을 공급하게 됐다. 이는 미량유기오염물질에 대응해 울산시에 안전한 수돗물 공급체계를 구축했다는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현재 단계에서 안주할 수만은 없다. 수계로 유출되는 오염물질들은 끊임없이 다양화되고 난분해화되고 있다. 또한 분석기술의 발달로 기존에 그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던 새로운 미량오염물질들이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현재 미국화학회의 CAS(Chemical Abstracts Service)에 등록된 화학물질은 1,000만 종 이상이며 그 중 전 세계적으로 대량 제조 및 유통되는 화합물들은 십만여 종에 이른다.
반면 현재 정수처리 수질기준항목은 우리나라 기준으로 60개에 불과해 빙산의 일각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수계에서 검출되고 있거나 검출될 가능성이 있는 미량오염물질들 중 수질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또한 고도정수처리공정이 모든 오염물질들을 완벽하게 제거하지는 못한다. 오염물질에 따라 오존 산화나 활성탄 흡착을 통한 제거가 비효과적일 수 있고, 오염사고로 인해 처리한계를 넘은 대량의 오염물질 유입도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막연하게 불안해할 필요도 없다. 수계에 유출될 가능성과 독성이 높은 오염물질들은 대부분 수질기준에 포함돼 있다. 또한 수질기준에 없는 미량유기오염물질들이 존재하더라도 보통의 경우 극미량으로 인체에 위해를 가할 정도는 아니다. 또한 울산시에서는 법정 먹는물 수질기준 60개 항목 이외에 추가적으로 120여 개의 자체감시수질기준 항목들에 대하여 정기적으로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미량유기오염물질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관련 학계와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통해 국내외 최신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상수원수의 유기오염물질들을 정기적으로 정밀 분석함으로써 미래에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 오염물질 후보군들에 대한 자체감시체계를 강화해나가야 한다. 아울러 오염사고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고도정수처리를 포함한 정수장의 수처리 공정을 지속적으로 지능화 및 고도화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철저한 상수원 관리를 통해 오염의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관리자로서 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의 책임의식과 수돗물평가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전문가 및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역할이 요구된다.
이창하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7년 3월 24일 울산매일신문 22면에 ‘[현장소리 칼럼] 미량유기오염물질과 고도정수처리’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