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사회는 기후변화, 도시화, 산업화, 인구밀도 증가와 같은 사회적 변화와 환경적 변화로 인해 다양한 위험요인들이 상호연계돼 나타나는 대형재난의 발생이 빈번해지고 있다. 특히 단일재난으로 인해 다양한 형태의 재난들이 연속적 또는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복합재난의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복합재난은 사회 전반적인 영향을 미치고 피해규모가 천문학적이며 단일 지역 또는 국가를 넘어 국제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복합재난의 대표적인 사례는 2005년 미국 뉴올리언즈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2011년 일본에서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이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5등급으로 홍수, 전염병, 폭동 등의 다양한 재난을 발생시켜 1000억 달러 이상의 재산피해와 2500명의 인명피해를 초래했다. 카트리나의 경우 허리케인의 강도도 강했지만 해수면보다 낮은 지역의 특성을 무시하고 방재보다는 개발에 중점을 둔 인재이기도 했다. 동일본 대지진의 경우 규모 9.0의 지진으로 건물붕괴, 지반침하, 대형화재가 발생했고, 대형 쓰나미로 인해 도시 침수와 원전폭발이라는 복합적인 재난이 동시에 발생해 2만여명의 사망·실종자, 20여만명의 이재민, 350조원 이상의 재산피해를 가져왔다. 특히 정전으로 인한 냉각시설의 고장으로 원자로가 폭발, 방사능이 유출돼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피해가 발생했다.
울산 주변에는 다양한 위험요소가 분포해 있기 때문에 특히 복합재난의 취약성이 높다. 울산 인근 고리와 월성에는 우리나라 최대 원전 시설이 위치하고, 해안지역에는 대규모 석유화학공장과 노후된 산업시설들이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동일본 대지진이나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같은 대형 자연재해가 울산에 발생한다면 우리나라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전대미문의 대형복합재난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미 2016년 울산에서는 9월 규모 5.8의 경주지진과 시간당 120㎜의 집중호우를 동반한 태풍 차바가 발생했기에 대형복합재난의 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낙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대형복합재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통합재난관리 체계의 구축이다. 우리나라의 재난관리체계는 재난 유형에 따라 담당 기관이 분리돼 있어 복합재난 발생시 기관간의 역할중복성 문제와 책임소재 문제로 갈등이 유발될 수 있다.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재난안전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도록 국민안전처를 신설했으나 타 정부기관의 재난관련 업무에 있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 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실질적인 재난관리 중심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진정한 통합재난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을 개정해 국민안전처에 범부처적인 재난관리 권한을 주거나 청와대가 직접 재난관리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한 통합재난관리체계에는 중앙정부기관뿐 아니라 지자체, 개인, 민간단체까지 고려돼야 하며 재난발생 시 이들 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대책도 미리 갖춰져야만 한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미래 복합재난 시나리오 작성이다. 이는 환경적 변화와 사회적 변화를 고려해 미래에 발생 가능한 재난과 2차적으로 파생될 수 있는 재난들을 예상하고 각각의 재난에 대한 대응 방안까지 제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미래 복합재난 시나리오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과거 대형재난 사례에 대한 분석 연구가 동반돼야 한다. 수집 가능한 모든 정보들로부터 빅데이터 분석을 시도해 재난 사이의 인과관계를 파악한다면 보다 개연성 있는 미래 재난 시나리오 작성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타당한 미래 복합재난 시나리오를 작성하기 위해서 단일분야가 아닌 다양한 분야의 재난전문가 사이의 융·복합 연구가 필요하다. 이처럼 미래 복합재난 시나리오 작성은 방대한 자료 분석과 다학제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대형 연구과제로 수행돼야 할 것이다. 5월9일 새로운 대통령과 정부가 결정된다. 차기 정권은 대형복합재난에 대한 관리체계를 구축해 국민들이 보다 안전한 대한민국에서 살게 해주길 바란다.
차동현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7년 5월 9일 경상일보 18면에 ‘[경상시론]복합재난 관리체계의 필요성’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