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특화된 의료가 점차 정착하면서 공공의료를 선도하고 있다.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공장 인접지역의 도요하시 심장센터가 특화의료를 중심으로 최상의 공공의료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실례가 되고 있다. 또한 의료는 수요에 따라 규모나 내용이 이에 맞추어 발 빠르게 발전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40~50년 전에 설립한 공공의료 기관은 지금 우리의 눈높이에 맞지 않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민들은 생활수준 향상에 따라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속에 요즘 지역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새정부의 대선 지역공약 ‘혁신형 공공병원’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대통령의 공약내용을 들여다보면 내용적인 면에서 우리 지역에서 이미 추진중인 산재모병원과 거의 일치한다.
현재 예타 막바지 단계에 와 있는 산재모병원은 혁신형 대학인 유니스트와 공공병원인 근로복지공단 산재병원이 협업하여 (1)피부재생 및 로봇재활 기술을 활용한 직업복귀율 증가 (2)신속한 응급진단 및 치료기술 개발로 중증외상 사망률 감소, (3)만성 직업성 질환에 대한 조기진단을 통한 예방 및 치료효과 향상 등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2004년부터 시작돼 실패한 울산 공공병원, 재활병원의 사례를 고려할 때 현재 추진중인 산재모병원을 백지화하고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다른 대학병원급 혁신형 공공병원의 예비타당성조사를 재추진한다는 것은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 운용지침상 “이미 예비타당성조사가 실시된 사업은 재조사를 할 수 없다“라는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시급한 의료복지가 필요한 울산시민과 노동자들에게 불필요한 실망감과 좌절을 가져올 공산이 크다.
산재모병원은 우수한 의료관련 연구자집단이 집중되어 있는 혁신형 대학과 공공병원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울산시민과 노동자들에게 고도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함은 물론, 산재특화 R&D를 통해 첨단 의료기기 개발이 가능해지고 바이오마커, 생체소재 개발 등을 통해 의료관련 산업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전국 14개의 대학병원급 공공병원은 전부 국립대학이 참여하고 있고, 인공지능 연구의 결정체인 알파고가 바둑계를 평정한 후 다음 목표로 삼은 분야중 하나가 바로 의료계임을 감안할 때, 도래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 의료복지는 우수한 인력과 더불어 혁신적인 의료기술을 창출할 수 있는 연구자집단의 협업에 의해 주도될 것임이 자명하다.
공공병원은 오랜기간 울산 시민의 숙원사업이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다시 공론화된 것을 기회로 병원을 제대로 지을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일류 수준의 공공의료 기반 구축에 기준을 두어야 한다. 더 이상 수 늘리기에 급급해 하지 말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임팩트를 극대화하고, 대통령 대선 공약의도를 그대로 살릴 수 있도록 사업을 구체화시켜야 할 것이다.
대통령께서는 시민과 산재노동자들에게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병원, 특히 산업재해와 복합재난 응급치료부터 재활, 연구와 개발기능까지 갖춘 공공병원을 약속하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께서 약속하신대로 산업수도 울산의 위상에 걸맞게 열악한 공공의료를 개선하고, 연구개발 기능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첨단의료의 정착을 위해 울산 시민의 눈높이 맞는 ‘혁신형 공공병원’의 모양새를 갖추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는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기반으로 일류 수준의 공공의료를 선도해 울산이 최상의 정주 여건과 세계적인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갖추어 의료산업도시로 나아가는 또 다른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서판길 유니스트 교수 국가과학기술심의회 기초연구진흥위원장
<본 칼럼은 2017년 6월 23일 경상일보 18면에 ‘[기고]산업수도 울산과 울산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혁신형 공공병원 구축’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