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흔히 들을 수 있는 기술 중에 ‘무선 충전 시스템’이 있다. 무선 전력 전송(Wireless Power Transfer) 기술은 1890년대 니콜라스 테슬라에 의해 처음 발명되었다. 전기자동차 브랜드로 잘 알려진 테슬라 자동차 역시 이 사람의 이름을 따 붙인 상표이다.
당시 테슬라는 에디슨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었다. ‘발명왕’ 에디슨은 정확하게 말하면 ‘사업가’에 가깝다. 실제로 과학적·공학적 원리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돈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있으면 무조건 특허를 출원했다.
에디슨이 관여한 여러 사업 중에는 전기 발전 사업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전기는 몇몇 부자만 쓸 수 있는 사치 기술이었다. 하지만 전기는 한 번 발전하고 나면 ‘보관’이 매우 어려운 자원 중 하나이다. 전력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여 필요한 만큼 발전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고, 그 이상 발전된 전기는 모두 ‘빛의 속도’로 버려야 한다. 오늘날에도 겪고 있는 아쉬운 현상이다.
버려지는 전력을 조금이라도 재활용하기 위해 최근 전력 저장 배터리(Energy Storage System)라는 이름으로 잉여전력을 보관하다가 전력이 부족할 때 빼 쓰려고는 하지만, 그 부피가 워낙 크고 가격이 비싼 것이 한계이다.
에디슨은 직류전원 (Direct Current) 기술로 전력을 공급하였는데, 테슬라는 교류전원(Alternating Current) 형태의 전력 공급 기술을 개발했다. 이와 더불어 ‘잉여 전력’에 대해 지구 접지에 버려지기 직전 주변 사람에게 무상 공급할 방법으로 무선 전력 전송 기술을 발명했다.
하지만 사업가인 에디슨 입장에서 돈을 벌 방법이 보이질 않아 테슬라의 제안을 거절한다. 이에 테슬라는 에디슨 연구소를 떠나 독자적으로 무선 전력 전송 기술을 개발한다. 창의적인 기술이지만, 경제성을 보이지 못해 아무도 투자해주지 않았다. 결국 쓸쓸한 종말을 보게 되었다.
주변에는 이렇게 ‘창의적인 기술’인데도 ‘경제적 이득’이 없어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과거 그려진 많은 미래 공상 과학 이야기 중에 아직 일반화되지 않은 것 중 하나가 장거리 여행에 대한 시간 단축이 아닌가 싶다. 기술이 놀랄 정도로 발전하면서 대서양 횡단이나 태평양 횡단에 드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다들 상상했다. 그러나 상용 제트기가 나온 이래로 30년이 넘도록 한국과 미국 간 비행시간은 그다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것은 공기 저항으로 인해 비행 경제속도인 시속 800㎞보다 빠를 경우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제트기는 공기를 이용해 제트 터바인을 통해 압축된 공기를 뿜어서 추진력을 얻게 된다. 공기층이 희박한 고고도로 올라가는 것은 더 많은 연료를 사용하게 된다. 적정한 고도를 유지하면 공기저항으로 인해 경제속도보다 빠르게 갈 경우,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이다. 음속을 돌파하는 콩코드기가 경제성이 떨어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도 아쉽다.
공기저항으로 인해 경제성 있는 속도를 얻는 데 한계가 있고, 그렇다고 제트엔진의 필수 요건인 공기 없이는 엔진이 추진력을 얻을 수 없다면 어떤 방법으로 경제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속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이런 딜레마를 풀기 위한 창의적인 방법으로 아진공(亞眞空) 상태에서 전자기장을 추진력으로 이용하는 하이퍼루프(Hyper-loop)라는 운송수단이 고안됐다. 하이퍼루프는 아진공 상태의 튜브 안으로 캡슐 형태의 열차가 사람이나 물건을 실어나르는 튜브형 고속열차 시스템이다. 테슬라 자동차 회장 엘론머스크가 2013년 8월 공개한 아이디어로, 안전성이 높고 최소 비용으로 건설 및 운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열차가 이동하는 튜브 내부는 공기를 제거해 공기저항이 최소화되어 최대 시속 1200㎞의 고속주행이 가능하다. 이는 시속 800㎞의 경제속도 이동하는 비행기보다 빠르고, 16분 만에 서울과 부산 간을 이동할 수 있는 속도다.
필자가 속한 UNIST에서도 2016년부터 하이퍼루프 관련 사업단을 꾸리고, 한국기계연구원 등 관련 연구기관과 공동연구를 통해 하이퍼루프 원천기술을 선점하고자 하는 야심을 갖고 있다. 부디 창의성이 경제성과 잘 맞아떨어지는 연구 분야이기를 바란다.
울산과학기술원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7년 6월 일 국제신문 30면에 ‘[과학에세이] 창의성과 경제성이 상충할 때’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