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따라 가뭄, 홍수, 폭염, 폭설, 태풍 등 다양한 기상재해들의 발생 빈도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기후변화는 강우의 시기별 지역별 편중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이에 따라 가뭄과 홍수의 발생 빈도 및 지속 기간을 증가시킨다. 미국 환경청은 이번 세기말까지 전 세계 영토의 70% 이상이 현재보다 심각한 수준의 가뭄에 시달리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기후변화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극심한 가뭄이 잦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따라서 향후 물 부족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나라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뭄 현상도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울산은 강수량과 저수량이 부족하여 물 부족 문제를 격어 왔으며, 특히 반구대 암각화 문제와 결부되어 물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된 바도 있다. 올해 전국적인 가뭄 현상과 더불어 현재까지 울산지역의 강우량은 전년 같은 기간의 40%를 밑돌고 있다. 울주군은 저수지 저수율이 주의 단계에 이르렀고, 긴급 자금 투입 및 비상 농업용수 공급 등 가뭄 피해의 최소화를 위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물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다양한 물 관리 방안들이 제시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댐이나 저수지, 보를 건설해 새로운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공 구조물의 설치는 수질오염 악화 및 생태계 파괴와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신규로 수자원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수자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통합수자원관리 대책도 매우 중요하다. 또한 대체용수의 확보를 위해 물 재이용, 해수담수화, 빗물 활용 등의 대책들도 고려해볼 수 있다.
국가산업단지가 밀집한 울산은 하루 100만t의 공업용수를 낙동강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이는 하루 40만t 규모인 울산시 생활용수 공급량의 두 배가 넘는 엄청난 양이다. 이에 따라 기업체들이 지불하는 비용은 원수 비용만 하루 약 30억원 이상이며, 여기에 자체 정수비용이 추가적으로 든다. 낙동강 녹조 등으로 인한 수질악화에 따라 자체 정수비용이 증가할 경우 그만큼 기업체의 부담은 가중된다. 또한, 향후 기후변화 및 수질관리를 위한 조치 등으로 낙동강의 수량 부족 사태가 야기될 경우 울산시 공업용수 공급에 차질에 생길 수도 있다.
울산시와 같은 산업도시에서는 하수방류수를 공업용수로 재이용하는 것이 물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좋은 대책이 될 수 있다. 용연하수처리장을 비롯한 울산시 9개소의 하폐수처리장에서 방류되는 처리수는 하루 약 70만 톤에 달한다. 처리수의 일부는 하폐수처리장 내 용수 및 하천유지수로 재이용되고 있으나 대부분은 그대로 방류된다. 하수방류수를 적절하게 처리해 가격 경쟁력이 있는 재이용수를 공급함으로써 공업용수 비용 절감 및 물 부족 해소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물 부족에 대한 위기의식에 힘입어 하수 재이용사업의 추진이 확대되는 분위기이다. 구미시의 경우 하루 하수방류수 37만t 중 9만t을 재처리해 공업용수로 공급할 수 있는 하수 재이용시설 공사가 내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포항시는 이미 포항하수처리장의 방류수 하루 23만t 중 약 10만t을 재처리해 공업용수로 재이용하고 있다. 울산시도 장기적으로 용연하수처리장의 하루 10만t, 온산하수처리장의 하루 5만t 규모의 처리수를 공업용수로 재이용하기 위한 계획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산학관의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하수방류수 재이용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나가야 한다.
기술적으로는 하수 재이용 시설의 에너지 및 비용 효율 최적화와 재이용 공정에서 발생되는 농축수의 처리효율 개선을 위한 방안들이 검토돼야 한다. 아울러 재이용수에 대한 신뢰성 제고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마련돼야 한다.
이창하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7년 7월 3일 울산매일신문 22면에 ‘[현장소리] 물 재이용을 통한 물 부족 해소’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