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신학기의 계절이다. ‘신(新)-새로운, 처음’이란 말에서부터 왠지 모를 설렘과 기대감을 갖게 된다. 특히, 대학신입생들에게는 수능이란 압박감에서 벗어나 대학의 낭만과 청춘을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부풀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입학과 동시에 수능보다 어려운 취업의 바늘구멍 뚫기를 위해 학점관리, 토익 등 이른바 ‘8대 스펙 쌓기’를 위해 제2의 수험생인 취준생(취업준비생)이 되어야만 한다.
이런 변화된 대학 풍토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한가지로 대학교를 나오지 않으면 취업이 안 되는 우리나라의 사회구조를 손꼽을 수 있겠다. 대졸이냐 고졸이냐에 따라 지원할 수 있는 회사의 수도 다를 뿐만 아니라 취업 한 후의 대우에도 차이가 있다. 독일 등의 다른 나라에서는 마스터, 엔지니어들에 대한 대우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 미국에서는 배관공이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직업 중 하나이다. 그 정도로 외국에서는 능력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좋은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그럼 도대체 대학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는 “국가와 인류사회 발전에 필요한 학술 이론과 응용방법을 교수하고 연구하며, 지도적 인격을 도야한다”라고 돼 있다. 즉 본인이 관심 있어 하는 학문 분야를 좀 더 심도 있게 배우며, 아울러 시대를 논하고 사상과 철학에 대해 고민을 주고받으며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도적 인격을 쌓는 곳이 상아탑인 것이다.
따라서 이제 막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 신입생들은 과연 대학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 한번쯤은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다.
필자의 경험을 비추어보면 보통 1학년 때는 적응 및 친구사귀기 단계이다. 학과친구, 선배를 비롯해 각종 모임, 동아리 활동 등 여기저기에서 여러 인맥을 사귈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특히 타 학과의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으며 고교시절이나 대학 강의실에서 얻지 못하는 경험 등을 쌓아나갈 수 있다. 더군다나 1학년은 상대적으로 공부에 대한 부담이 적어 시간배분만 잘하면 여러 활동을 통해 폭 넓은 친구들과 유대관계를 형성하며 지도적 인격을 도야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교 2학년 시기는 스스로 대학생활을 점검하는 단계이다. 자신이 선택한 전공이 자신의 적성과 정말 맞는지 잘 판단해야 한다. 학교도 대부분 이 시기에 전과 혹은 복수전공 신청을 받는다. 자신이 진정 배우고 싶은 학문과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필자는 대학 2학년 때 휴학을 하고 몇 개월간 어학연수를 통해 홀로서기를 경험하며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여행이든 군대든 잠시 대학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시간을 갖길 바란다.
대학생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3학년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 구체적인 방향을 정하고 해당 분야를 경험해보면 좋을 시점이다. 자격증 및 외국어공부도 좋지만, 학교를 벗어나 대외활동을 통해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나 직종에 대해 경험을 쌓아보는 게 좋다. 기업 또는 단체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활동(홍보대사, 인턴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보길 추천한다.
대학생활의 마지막 학년인 4학년 때에는 사회로 진출할 준비를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 그 중 하나가 취업준비 혹은 대학원 진학이다. 취업을 위해서는 자신이 가고자 하는 분야에 몸을 담고 있는 선배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 자체가 생생한 취업경험담이자 조언이 될 수 있다. 만약 좀 더 깊이 있는 공부를 생각한다면 관심분야의 교수님과 면담을 하거나 해당 연구실에 합류하여 연구실 생활을 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뒤돌아보면 무의미하게 보낸 대학생활이 너무 아쉽다. 신입생들이여! 두 번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젊은 날의 대학생활을 오직 취업을 위해서만 보낼 것인가? 취업준비에 무작정 빨리 뛰어드는 것이 취업 성공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학문에 대한 진리도 알아가며, 동아리 활동에 참가해 공동체 의식 및 우정을 쌓고, 사회정의를 위해 고민하는 진정한 대학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유동한 UNIST 원자력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
<본 칼럼은 2015년 4월 7일 울산매일 14면에 ‘대학 신학기를 맞아’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