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9일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를 기념하는 자리에서 탈원전 정책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였다. 앞으로는 신규로 원전을 건설하지 않고,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설계 수명이 다할 경우에는 계속운전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역대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국가 산업과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추어 추진하여 왔다. 그러한 측면에서 값싼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과 에너지 안보를 강조하면서 원자력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여 왔다.
그러나 신정부는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원을 국민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탈원전을 선언하였다.
지금까지 탈핵은 환경운동연합이나 반핵운동단체 등과 같은 일부 시민단체에서 주도한 탈원전 운동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 주도로 급진적인 탈원전 정책이 진행된다는데 대해서 사회 각계각층으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의 탈원전 운동과 정부 주도의 탈원전 정책에는 큰 차이가 있다. 탈원전 운동은 시민단체의 신념과 소신을 정부 및 다수의 국민들에게 알리는 수단으로 사용되었고 직접적인 실행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탈원전 정책은 당장의 실행력을 가져서 국민의 생활과 국가 경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원전 정책이 다양한 국민들과의 협의와 동의를 받는 공론화 과정없이 바로 시행될 수 있다는 점은 지극히 유감스럽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이유가 국민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면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과 과연 연관 관계가 있는가? 새로운 원자로인 신고리 5,6호기는 UAE에도 수출한 바 있는 APR1400 원자로형으로 기존의 원전보다는 안전성이 더 높은 설계임에도 불구하고 건설을 중단하라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신고리 5,6호기 뿐만 아니라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때에는 한국수력원자력(주)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인허가 요청을 하고 원자력 안전법에 따라 다수의 전문가들이 독립적이고 투명한 인허가 절차에 따른 심사를 거쳐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건설허가를 받는다.
따라서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을 중단하기 위해서는 건설 허가 시와 마찬가지로 원자력 안전법에 따라 안전과 관련한 중대한 문제가 발견되었을 경우에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건설 중단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중단에 앞서 법에서 요구하는 규정과 절차를 준수하여야 된다.
그러나 이번 신고리 5,6호기 건설 일시 중단은 적절한 행정절차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이처럼 법과 절차를 준수하여야 할 정부가 관련된 법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을 선언한다면 국민들은 정부 정책에 대해 어떻게 신뢰를 가질 수 있겠는가?
또한 건설 중단에 대한 경제적 비용손실에 대한 대안마련이 없이 추진된다면 결국 신고리 5, 6호기 건설중단에 따른 매몰비용이 약 2조6천억원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이다.
어떤 정책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칙적이고 합리적 및 합법적인 절차의 준수가 필요하다. 정부는 에너지 정책을 결정할 때 사실에 입각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개적인 토론을 거쳐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는 최선의 에너지 정책을 선택하여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정부를 믿고 따를 것이다.
탈원전 운동이 아닌 탈원전 정책은 그에 따른 결과와 결과에 대한 책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지금의 선택이 미래에 후회하지 않는 최선의 선택이 되길 바랄 뿐이다.
민병주 UNIST 기계항공·원자력공학부 초빙교수
<본 칼럼은 2017년 7월 10일 경상일보 18면에 ‘[기고]신고리 5·6호기 일방 중단은 정부정책 신뢰 실추’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