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해 극한 기상현상의 발생 빈도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고 시기별 지역별 강우량의 편차도 심해지고 있다. 비가 내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필요로 하는 시기와 지역에 내리지 않아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런 기후변화의 시대에는 안정적인 수자원 확보 및 관리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재이용수나 빗물과 같은 대체 수자원의 개발과 효율적인 수자원 관리 체계의 구축에 대한 정부차원의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수자원의 개발과 관리만큼 중요한 것은 물을 절약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가정에서의 1인당 하루 평균 물 사용량은 약 300리터 수준으로 유럽의 환경 선진국들의 물 사용량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 가까이 된다.
용도별로는 변기에 사용하는 양이 전체의 25%정도이며 설거지와 세탁용으로 각각 20%씩 사용하고 목욕과 세면용을 합쳐서 25%가량 사용한다. 기타 음용 및 청소용 등으로는 10% 미만을 사용하고 있다.
수도꼭지의 수압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약 30%정도의 물 사용량을 절감할 수 있다. 이러한 원리를 활용한 다양한 절수기들이 요즘 시중에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어서 큰 설치비용 없이 상당한 물 절약 효과를 볼 수 있다.
굳이 절수기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가정에서 물을 절약하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이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설거지나 세면시 항상 물을 받아서 사용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흐르는 물에 씻는 것보다 받아놓은 물을 활용하면 물 사용량을 절반가량 줄일 수 있다. 또한 받아서 사용한 물을 욕실 바닥의 청소용수나 변기용수로 재사용함으로써 추가적인 물 절약이 가능하다. 음식물 찌꺼기는 최대한 그릇에 남기지 않도록 하는 습관도 도움이 된다.
양변기 수조에 벽돌 등을 넣어두는 고전적인 방법도 있다. 보통 양변기에서 한 번 물을 내리는데 5~6리터의 물이면 충분하지만, 실제로는 10리터 이상의 물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언급한 물 절약 실천 방법들은 특별한 것들이 아니며, 사실 상당부분 우리가 이미 인지하고 있던 것들이다. 조금만 더 물 절약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인터넷을 통해 더욱 다양하고 효과적인 방법들을 찾아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 우리는 이런 방법들의 실천에 매우 인색하다. 가장 큰 이유는 물 절약 방법들을 실천함으로써 발생되는 불편과 번거로움에 비해 수도요금의 절감효과가 미진하기 때문이다.
물 절약 실천의 모멘텀을 제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수도요금의 현실화를 고려할 수 있다. 우리나라 수도요금 평균단가는 수돗물 1톤(1,000리터)당 약 700원 수준으로 영국 2,500원, 독일 3,100원, 덴마크 4,100원 등 유럽 주요 국가들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 이는 우리나라 수돗물 평균 생산원가인 톤당 900원의 약 80%를 밑도는 수치이다.수도요금의 현실화는 재화로서의 물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뿐만 아니라, 수도사업의 수익구조를 개선하여 노후 관거 교체 및 수도설비의 고도화 등에 재투자함으로써 수돗물의 품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수도요금 현실화가 물 절약 실천을 유도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고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요금의 인상만으로 수요를 억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물은 공공재로서 개인의 사회, 경제적 능력에 관계없이 기본적인 수요에 대해 공평하게 공급받을 권리가 있다. 수도요금의 인상은 물 복지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물 사용에 대한 자발적인 국민인식의 전환이다.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물은 한정되어 있고 재사용해야 할 소중한 재화이다. 현재 값싸게 사용하고 있는 물의 비싼 가치는 결국 우리의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본 칼럼은 2017년 7월 25일 울산매일 17면에 ‘[현장소리 칼럼] 물 절약, 인식의 전환과 실천이 필요’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