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행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조사 리포트에 따르면 대학졸업생 중에 여성의 비율은 회원국 평균으로 과반이 넘으나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전공 분야에서는 여성의 비율이 현저히 낮아서 컴퓨터 관련 전공의 경우 2012년 기준으로 여성졸업생의 평균 비율은 20%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2013년도 기준 대학교와 대학원 졸업생 중 여학생의 비율은 자연계열 53.5%, 이공계열 17.3%이었다.
한편 이공계열 중에서도 정밀·에너지 전공의 경우 전체 졸업생 중 여학생의 비율은 31.1%였으나 졸업 후 정규직 고용비율은 6.8%에 그쳤다. 이러한 통계자료들은 이공학 분야의 전공을 선택하는 여학생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과 함께 정규직 취업에 있어서 여학생 졸업생의 비율이 남학생에 비해 매우 낮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임을 보여준다.
여성과학기술인의 부족은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경제적 손실로서 생각될 수 있다. 특히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인구와 이에 수반할 경제구조 변화를 생각해 볼 때 STEM 전공 분야에서의 기술적 발전을 통한 대책마련이 우리에게 시급하며, 이를 위해서는 고급 인력양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다른 한편으로 자신의 희망과 능력에 따라 전공과 직업을 선택할 수 있고 성별에 따라 불이익을 받지 않는 사회가 이상적이며,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의 구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두가지 관점에서 여성과학기술인의 육성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당면문제 중에 하나이다.
후속세대 여성과학기술인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노력이 필요하나 재능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고 이들에게 양질의 전문지식과 기술교육을 제공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대학의 역할이 일차적이다. 과학 분야에 호기심과 재능을 가지고 있는 여학생들이 본인의 적성에 맞는 전공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전문지식과 기술을 습득한 여학생들이 본인의 적성에 맞는 커리어를 찾아 사회의 일원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다양한 멘토·멘티 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STEM 전공 여학생의 경우 남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동성(同性)멘토가 부족해 롤모델을 정하거나 커리어에 대한 조언과 고민 상담이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는 국공립대 여성교원 채용목표제가 도입돼 2012년까지 여성교원 비율을 20%로 높인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으나 목표시기가 3년이 지난 2015년의 통계에 따르면 38개 국공립대에서 평균 여성교원의 비율은 14.8%에 머무르고 있다. STEM 전공 관련 학과 중에 여성교원이 한 명도 없는 곳도 있다. 여성과학기술인 양성을 위해 정부가 대학의 여성교원 채용에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대학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STEM 전공분야를 전공한 여학생들이 습득한 지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실제로 사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여러 지원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학에서의 여성과학기술인을 위한 커리어개발기능의 확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 지원센터(위셋)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이를 학내에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한가지 방법이며, 각 대학의 지역 실정에 맞는 새로운 커리어 카운셀링 및 멘토링 프로그램의 개발도 필요하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지역기관-대학의 여대생 취업강화 협력 프로그램이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이러한 지원은 사회적인 편견이 고용자와 구직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욱 필요하다.
STEM 전공 분야에서의 여성과학기술인의 과소대표성은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 중에 하나이다. 정부와 대학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많은 여성과학기술인의 등장을 기대해본다.
주창희 UNIST 전기전자컴퓨터학부 교수·학술정보처장
<본 칼럼은 2017년 8월 4일 경상일보 18면에 ‘[경상시론]STEM 분야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은 소통이 아니다’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