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무더웠던 여름이 가고 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이제 가을을맞이할 준비가 된 듯하다. 올해 울산은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홍수의 큰 피해 없이 무사히 지나가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5일 반나절 동안 300mm의 폭우를 뿌리며 막대한 피해를 안겨주었던 태풍 ‘차바’를 생각하면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 당시 중구 태화시장과 우정시장 일대는 큰 침수피해를 입었고 이에 대한 원인규명을 촉구하는 과정에서 혁신도시개발사업과의 연관성, 지자체의 재해대책시설 및 체계의 미비와 관련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침수피해를 입은 중구 주민들이 최근 구청장과 담당 공무원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아직까지 그 앙금이 가시지 않은 모양새다.
집중 호우에 따른 도시지역의 홍수는 높은 밀도로 들어선 건물들과 건설 구조물들로 인해 물 순환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한다. 불투수성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와 보도, 주차장 등으로 인해 우수가 지하로 스며들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우수의 저류 및 배수시설의 처리용량을 넘어선 호우가 내리면 홍수가 발생하게 된다. 도시지역 홍수는 침수로 인한 직접적인 인명 및 재산의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하수의 역류에 따른 질병 노출 위험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도시지역에서의 물 순환 왜곡 현상은 홍수뿐만 아니라 다양한 환경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다. 우수의 지하 투수가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지하수 고갈이나 하천의 건천화와 같은 문제들이 생기고, 우천 시 비점오염원에 의한 심각한 수질오염이 발생한다. 또한 토양이나 식생은 흡수한 물을 증발시킴으로써 주변 온도를 낮춰주는데,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시에서는 이런 역할이 원활하지 않아 열섬현상이 악화되기도 한다.
건강한 도시 물 순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들이 마련될 수 있다. 우선, 도심 내 생태 녹지 공간을 확보함으로써 물의 증발산량을 조절하여 열섬효과를 완화하고, 우수를 분산 흡수함으로써 홍수 예방과 비점오염 저감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도시의 제한된 공간을 고려할 때 옥상 녹화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중요하다.
한편, 공학적 관점에서는 저영향 개발(Low Impact Development, LID) 기법들의 도입을 통해 우수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LID기법은 도시 내 자연 생태계를 최대한 보존하고 수리학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우수를 지하로 침투 및 여과, 저류하도록 하는 분산형 우수관리방법이다. 예를 들면 투수성 포장, 식생을 활용한 저류지 및 수로, 침투 도랑, 화분여과상자 등이 있으며 옥상녹화도 LID기법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울산시는 지난해 환경부에서 공모한 ‘물 순환 선도도시’ 시범사업에 선정되어 2019년까지 약 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해당 사업에 따라 울산시는 남구 삼호동 일대에 시범단지를 조성하여 빗물침투도랑, 식생체류지, 투수성 포장, 옥상녹화 등의 LID기법들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울산시는 올해 물 순환 선도도시 조성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물 순환 회복조례를 제정하여, 도시 전체 물 순환 체계 구축을 위한 마스터 플랜과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물 순환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지역적 여건에 맞는 LID기술의 선정 및 개발, 최적 적용 방법, 그리고 기술 적용에 따른 물 순환 개선 효과의 체계적인 분석 방법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은 시범사업을 통해 도출될 수 있다. 시범사업은 다소 실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단기간의 가시적인 성과보다는 도시 전체의 장기적인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한 최선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한다.
울산시가 건강한 도시 물 순환 체계를 구축하여 수재해와 수질 오염이 없는 생태도시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이창하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7년 8월 30일 울산매일신문 17면에 ‘[현장소리 칼럼] 물 순환 도시 만들기’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