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네이처지에서 발간하는 사이언티픽리포트는 최근 3~4년간 우리나라 국민이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미세먼지 농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며, 그 원인 중 하나가 기후변화라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그 후 며칠간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미세먼지 농도 증가의 원인에 대해 국내 영향이 우세하다, 중국 등 주변국 영향이 우세하다 등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는 아마도 원인을 알아야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온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2000년대부터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를 살펴보면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였으나 최근 들어 감소 추세가 멈추고 정체 또는 오히려 약간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첫째, 우리나라 자체에서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이다. 특히, 미세먼지 자체로 배출되는 경우보다는 이른바 2차 생성이라고 하는 대기화학과정에 의해 생성되는 것이 문제다.
2차 생성의 원료 물질은 자동차 배기가스, 화력발전소 등에서 나오는 황·질소산화물, 페인트나 주유소 등에서 나오는 휘발성유기화합물, 농축산에서 나오는 암모니아를 들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황산화물을 제외하고는 이들 물질의 저감 대책에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즉, 배출량이 감소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자동차, 석탄화력발전 등의 배출원 관리가 매우 절실하다.
2차 생성으로 인한 미세먼지는 일반적으로 공장 굴뚝 등에서 직접 배출되는 미세먼지보다 크기가 매우 작아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같은 미세먼지라고 해도 2차 생성으로 발생하는 미세먼지에 대한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둘째,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의 장거리 이동이다. 우리나라는 편서풍 지역에 위치하기 때문에 1년 365일 한반도 서쪽에 위치한 중국과 대기를 공유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중국의 대기환경 개선에 우리나라도 힘을 보태야 한다. 이를 위해 이번 정부에서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중국과의 협력을 대통령 의제로 설정한 것은 매우 다행이다.
셋째, 기후변화에 따른 간접영향이다. 기후변화로 극지방과 적도지방의 온도 차이가 줄어들게 되면서 정체현상 등이 잦아짐에 따라 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미세먼지 대책을 수립할 때, 이러한 기후변화에 따른 미세먼지 농도 증가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즉, 기후변화를 고려하지 않을 때보다 강력한 저감 대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앞서 살펴본 세 가지 원인 중에 둘째, 셋째는 단시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러면 첫째 요인인 2차 생성의 원인물질 배출을 줄여야 해결될 수 있는데, 이것 또한 쉽지 않다. 사회·경제적으로 이해당사자가 많아 강력한 정책을 수립하더라도 설득하고 양보를 이끌어 내기가 어렵고 환경·경제 논쟁에 항상 마주치게 된다. 그러나 국민 건강에 미치는 위해 정도를 감안하면, 가장 시급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추진해야 하는 사항이다.
세계보건기구 연평균 권고기준인 10㎍/㎥까지 줄이기 위해서는 현재의 농도보다 50∼60%를 줄여야 한다. 5년 내에 가능할까. 지난 미세먼지 정책 효과에 대한 경험을 비추어 보면 5년 내 30% 감축도 쉽지 않다. 지금은 우선순위를 따지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시행해야 된다. 환경·경제 논리, 우선순위 논쟁에 빠져 낭비할 시간이 없다. 건강을 잃고 나면 재산이 무슨 소용인가.
최근에 국립환경과학원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의해 작년 5~6월 두 달 동안 공동으로 항공기, 지상 관측소, 선박 등에서 시행된 한·미 대기질 합동 조사 연구(KORUS-AQ)의 예비 결과가 발표됐다. 한반도의 대기질 현황 파악과 문제 해결을 위해 이렇게 대규모 조사가 시작된 것은 시도만으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앞으로 공동조사 연구결과를 잘 활용하여 강력한 새로운 대책의 수립 또는 기존대 책의 수정을 통해 국민 건강 보호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송창근 울산과학기술원 교수 도시환경공학
<본 칼럼은 2017년 9월 23일 세계일보 23면에 ‘[기고] 미세먼지 대책,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