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4월22일은 지구의 날이었다. 지구의 날은 미국 상원의원을 지냈던 게이로드 넬슨이 1969년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 해상에서 일어났던 대형 기름유출 사고로부터 환경오염에 대한 사회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하여 제안하여 이듬해 1970년 4월22일이 환경보호의 생일로 기념한 것에 그 기원을 둔다.(영어로 버쓰데이와 어쓰데이는 발음이 비슷하다). 우리 국민들에게 좀 더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한밤에 일제히 불을 끄는 자발적인 소등 행사를 가지기 시작한 최근이 아닐까 싶다.
원래 지구촌 전등 끄기 행사는 2007년 호주 시드니에서 시작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환경부와 지자체 등을 중심으로 지구의 날을 기념하는 크고 작은 소등행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울산에서도 어제 48곳 1만5000가구가 전등끄기 행사에 동참해 지구환경의 보존과 에너지 절약의 중요성을 알리는데 동참했다. 소등 행사 외에도 다양하고 재미있는 행사들이 지구의 날을 기념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출신이자 현재 국장인 찰스 볼덴은 ‘세상에 집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라는 메시지를 담기 위하여 지구촌 곳곳의 모습을 담은 개인적 사진들을 다 함께 SNS에 공유하자고 제안하고, 자신이 우주에서 직접 찍었던 지구의 사진들도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우리가 현재까지 태양계를 넘어 발견한 행성만 1800개가 넘지만 지구와 같이 다양하고 복잡한 행성은 아직 발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필요한 모든 요소를 다 갖추고 있는 우리 지구가 기후변화로 인해 심각한 위험에 빠져있다. 지난 100년간(1880~2012년) 전 지구 기온은 0.85℃로 가파르게 상승했으며, 해수면은 19㎝ 이상 높아졌다. 지구 도처에 기후변화로 인하여 집중호우, 폭염, 가뭄 등의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근원적인 이유가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급증에 의한 것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과학적 사실이다.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상으로, 우리나라, 우리 고장도 예외는 아니다. 한반도는 최근 30년간(1981~2010년) 기온이 1.2℃로 크게 상승했으며, 이는 전 세계적인 기온상승 경향을 크게 상회한다. 울산의 기온상승 경향은 한반도 평균과 유사하며, 최근 10년간 평균기온이 0.4℃ 정도 증가하였다. 혹자는 연평균 기온의 상승경향이 0.4 ℃로 매우 미세하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가 매일 매일 영향을 받는 날씨의 변화는 매우 심대할 수 있다. 2013년 8월 초는 울산이 전국에서 가장 뜨거웠던 도시였던 것을 모두들 생생히 기억할 것이다. 최신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러한 울산의 기록적 폭염이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라 그 동안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의 증가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소명되었다.
울산의 기후 특성을 분석해 보면 지난 30년간 평균 열대야일수가 8.7일, 폭염일수가 13.7일 정도로 전국 평균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고, 반면 호우일수는 연간 2일 이내로 적게 나타나고 있어 고온 현상에 따른 위험성이 타 지역에 비해 크게 나타나고 있다.
울산의 기후는 미래에도 계속 변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이에 대한 체계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2013년 배포된 기상청 기후변화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울산의 기온이 온실가스 저감정책이 상당히 실현되더라도 금세기 말까지 2.4℃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저감 정책이 실패한다면 4.9℃ 이상 더욱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가 겪을 위험성은 현재까지 겪은 수준 이상이다. 기후가 더워지면서 서리일수, 결빙일수 등은 감소하는 반면, 폭염일수, 열대야 일수, 집중호우 일수 등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해수면 고도는 63㎝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울산의 자연적 환경은 산악에서 해안, 도시, 농촌으로 다양하며, 사회적 환경 또한 1, 2, 3차 산업이 모두 있어 기후변화의 취약성을 평가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가히 대한민국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위협이 울산 안에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이러한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보다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지역 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며, 민·관·학을 아우르는 상세한 기후변화 전망 및 취약성 평가, 적응 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 우리가 기후변화에 잘 대처하지 못한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의 소중한 ‘집’을 잃을 수도 있다.
이명인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5년 4월 24일 경상일보 18면에 ‘[경상시론]지구의 날과 울산의 기후변화’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