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에 관한 이슈가 뜨겁다. 최근 부산시가 기장에 위치한 해수담수화 시설에서 생산한 병입수를 장애인이나 독거노인 등 사회취약계층에 몰래 배포해왔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부산시는 시장, 시의회 의장, 상공회의소 회장이 참여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반박하고 나섰다. 해당 언론과 해수담수화 수돗물의 유해성을 거론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과 부산시가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정치 쟁점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국토해양부 주관 국책사업을 통해 국비와 시비, 민간투자 등 2,000억 원이 투입돼 2014년 완공된 기장 해수담수화 플랜트는 부산 기장군과 해운대구 일대에 수돗물을 공급할 계획이었지만 완공 후 생산수 유해성 논란이 일면서 아직까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장 해수담수화 설비를 통해 생산된 물은 실제로 유해한가? 기존 수돗물과 비교해보면 어떨까? 부산시는 대부분의 수돗물을 낙동강 원수를 정수처리해 공급하고 있다. 낙동강은 구미나 대구와 같은 상류 도시들로부터 유입되는 하폐수처리 방류수에 의한 오염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과거에 여러 오염사고들이 있었다. 수질기준에 적합한 방류수라고 하더라도 그 안에는 수많은 종류의 미량유기오염물질들이 포함돼 있어 여전히 유해성에 관해 안심할 수 없다. 낙동강 원수는 조류에서 기인하는 이취미 물질이나 독소들 유입 가능성도 있고, 유기물 함량이 높아 정수처리 중 염소소독 과정에서 발생되는 독성 소독부산물의 농도도 상대적으로 높다.
해수담수화공정에는 역삼투막을 활용한 탈염기술이 적용된다. 역삼투막은 물 분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유무기물질들을 효과적으로 걸러낼 수 있다. 또한 해수담수화공정의 생산수는 유기물 함량이 낮아 소독과정에서 생성되는 소독부산물의 양도 적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오히려 해수담수화를 통해 생산된 물의 수질이 기존 수돗물에 비해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 측 주장의 논지는 해수담수화 플랜트의 취수원이 고리 원전과 불과 11km정도 떨어져 있어 방사성 오염물질인 삼중수소가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중수소는 크기가 작아 역삼투막에 의해서 제거되기 어렵다. 그러나 평시에 원전에서 배출되는 삼중수소의 위해성은 크게 걱정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부산시는 해수담수화시설의 완공 이후 약 2년간 수백차례에 걸쳐 원수와 생산수에 대해 방사성 오염물질들을 포함한 정밀 수질검사를 진행해왔고, 그 결과 어떠한 유해성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사시 방사능 오염에 취약할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비단 해당 수돗물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해수담수화 수돗물이 유해하지 않으니 일방적으로 주민들에게 식수로 공급해야 된다는 것은 아니다. 물 부족 국가 싱가포르는 무해성이 입증된 하수재이용수를 식수로 공급하고자 했으나 사용자의 반대로 공업용수 혹은 댐의 보충수로 사용하고 있다. 즉, 무해성이 사용의 당위성을 충족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과학적인 근거가 희박한 유해성 논란으로 불안감을 가중시킬 필요는 없다. 해수담수화 수돗물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고 알리고 토론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 문제는 공급자와 사용자, 그리고 정부가 앞으로 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이창하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7년 11월 27일 울산매일신문 17면에 ‘[시론 칼럼] 해수담수화 수돗물 논란’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