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경험에 앞서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해주고 생각의 힘을 키워주는 가장 유용한 방법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어렸을 적에 좋아하는 동화책을 반복해서 읽어보았고, 학생 때에는 고전을 읽으며 감동을 받았을 것이며, 청년이 되어서는 자기계발서를 한번쯤은 탐독해 보았을 것이다. 그 과정에 운이 좋은 경우에는 삶의 지표가 될만한 책을 한권 정도 발견했을 수도 있겠다.
그러면 지금의 독서활동은 어떠한가? 필자가 2017년 한 해 동안 몇 권을 책을 읽었는지 스스로 자문해 보았다. 창피하니까 속으로만 세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바쁜 일상에 쫓겨서 책 한권의 여유를 찾기가 어려웠고, 나이가 듦에 따라서 노안이 오는 것도 책을 멀리하게 되는것이 한 가지 이유인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숍에서 커피 한잔을 할 여유는 있고,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으로 인터넷은 잘도 한다.)
과연 다른 사람들의 독서 패턴은 어떠한지 궁금해 열심히 찾아보았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10월에 출간한 전국 도서관 통계조사에 의하면, 2016년 기준으로 울산지역의 인구 1인당 대출 권수는 1.6권으로 전국 평균인 2.4권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울산지역 공공도서관 1관당 정보서비스의 제공 건수는 1080건으로 전국 평균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그렇다, 필자만 독서 부족인 것은 아니었다. 비슷한 분들이 울산에 많이 있는 것 같아서 조금은 위안이 된다.)
자료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책임 회피도 조금은 가능할 것 같다. 울산은 공공도서관 수가 17개로 전국 광역시들 중에서 제일 수가 적고, 1관당 인구의 수도 6만8959명으로 전국 평균인 5만1184명을 많이 초과하고 있다. 미국(3만4835명)이나 일본(3만9093명) 등 선진국과 비교하였을 때는 무려 두 배나 많은 수준이다.
또한 울산시 공공도서관 1관당 컴퓨터 수는 겨우 19대이고(광역시 중에서 유일하게 20대 미만), 1관당 사서자격증 보유자는 6.3명이며(광역시 중에서 밑에서 2번째), 인구 1인당 자료구입비는 1100원으로 전국 최하위이다.(이제 필자의 독서 부족은 비단 필자의 게으름 때문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부족한 울산의 독서 환경에서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울산도서관이 오랜 공사기간을 거쳐서 2018년 초에 드디어 개관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남구 여천동에 지하1층 지상3층 규모로 설립되는 새 도서관은 울산시민의 다양한 지식 욕구를 충족시키며 독서시책의 허브로서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흔히 도서관이라고 하면 책장에 꽂힌 수많은 책들과 시험공부 용도로 사용되는 열람실의 책상들을 떠올리기 쉬우나, 최근에는 단순한 지식 보관과 열람의 역할을 넘어서 교육과 문화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로서 그 개념이 바뀌고 있다. 울산도서관도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자료열람실과 함께 다목적실, 전시실, 북카페, 문화교실 등을 보유하여 복합문화교육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또, 이러한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미술작품 전시, 인문학 특강과 같은 다양한 문화행사들과 폭넓은 독서문화 프로그램들이 이미 기획되고 있다고 하니, 울산 지역사회의 지식문화 센터로서의 활약이 더욱 기대가 된다.
울산도서관이 개관하는 내년부터는 아무래도 더 이상 환경을 탓하며 독서 부족에 대한 자기 합리화를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부모들도 자녀들에게 독서의 유용성을 설파하고 독서를 권장하기 이전에, 부모 스스로가 먼저 도서관을 자주 찾고 독서를 즐기고 있는지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꾸준한 독서가 우리 일상의 일부분이 될 때, 새로 개관하는 울산도서관도 비로소 울산의 대표 지식교육문화 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주창희 유니스트 전기전자컴퓨터학부 교수 학술정보처장
<본 칼럼은 2017년 12월 11일 경상일보 18면에 ‘[경상시론]다시 책 읽기’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