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새해는 무술년(戊戌年)으로 60년 만에 맞이하는 황금개띠 해이다. 열개의 천간 중 다섯째인 무(戊)는 대지(大地)나 큰 산을 의미하는데, 색깔로는 황색이나 황금색을 나타낸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무(戊)가 들어간 해에는 국운이 상승한 적이 많았는데 발해건국인 무인(戊寅)년, 신라에 의한 삼국통일이 무진(戊辰)년, 고려 건국이 무신(戊申)년에 있었다. 또 대한민국 정부수립이 무자(戊子)년에 이루어졌고, 서울올림픽이 무진(戊辰)년에 열렸으며 그 후 30년의 세월이 지나 금년 무술(戊戌)년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의 한국은 북한 핵위협, 청년 실업, 사회 불평등 등 많은 혼란과 어려움을 겪고 있고, 동시에 그것을 개선하고 극복하려는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원자력 분야에서는 지금까지 국가 에너지의 한 축으로서 중요한 부분을 담당해온 원자력 발전이 안전과 환경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새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으로 말미암아 그 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작년 12월 1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제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발표했는데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안전과 환경이었다. 2011년 일본 후쿠오카 원전사고와 2016년 규모 5.8의 경주지진이 발생한 이후에 원전의 안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증가했고, 또 미세먼지와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지목되어 온 석탄화력의 발전을 축소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크게 반영됐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세계 34개국에서 현재까지 총 611기의 원전이 건설됐으며 이 중 449기는 가동 중, 160기는 영구정지, 2기는 계속 가동 혹은 폐쇄가 미결정된 상태라 한다. 160기의 영구정지된 원전 가운데 19기가 해체됐고, 해체 대상 원전은 현재보다 훨씬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만 보더라도 작년에 고리 1호기가 폐로됐으며, 정부가 원전 계속운전을 포기하는 정책을 계속 추진한다면 월성1호기를 비롯 향후 영구정지될 원전은 계속해서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에 울산시와 울주군은 원전 해체를 선도적으로 준비하기 위하여 지난 2014년에 원자력해체연구소의 유치를 위한 범시민 서명운동을 추진했고, 울산원전해체연구협회(UNDRA)를 창립했다.
울산시는 작년 12월 5일 울산테크노파크에서 그 동안 수행해온 ‘원전해체연구소 유치 타당성 분석’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산업적 측면에서는 울산 지역은 플랜트, 정밀화학 등 국내 최고의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원전해체에 필요한 기술 및 인력의 확보가 용이하고, 연구 결과를 실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원전단지를 비롯해 UNIST,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등 교육기관이 위치해 있고, 설비 운송을 위한 해상, 육상으로의 접근성이 우수하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울산 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산업도시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고리, 월성 등 인접한 원전단지에 국내에서 운영 중인 대부분의 원전 모델이 위치해 있고, 원전 해체 과정 중 얻은 기술을 기타 다양한 산업분야에 응용, 확장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원자력 발전보다는 안전과 환경을 중시하는 에너지 전환정책을 계획, 추진하고 있다. 불과 8년 여 전인 2009년 12월 한국이 UAE 원전 건설의 사업자로 선정될 당시만 해도 원전 르네상스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였지만, 지금은 원전 산업의 존폐까지도 걱정해야 될 위기의 상황에 이르렀다.
이제 원자력 산업계는 새로운 원전 정책의 변화에 대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속도가 지나칠 경우에는 제동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나친 제동은 속도에 장애가 된다. 궁극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속도와 제동, 이 둘의 균형과 화합을 통한 발전이 필요하다. 원자력도 마찬가지로 성장이 지나칠 경우에는 안전이 필요하나 안전은 성장에 장애가 된다.
새롭게 맞이한 2018년 무술년 황금개띠 해에는 모든 것들이 균형과 화합을 통한 발전을 이루는 한 해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민병주 UNIST 기계항공·원자력공학부 초빙교수
<본 칼럼은 2018년 1월 15일 울산매일신문 16면에 ‘[시론 칼럼] 2018년 무술년 황금개띠 해, 균형과 화합 통한 발전’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