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진과 화재로 인한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5일 규모 5.4의 포항지진과 12월 21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그리고 금년 1월 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제천 스포츠센터와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각각 29명 및 48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켜 국민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1971년 서울 대연각호텔 화재 이후 최악의 참사로 꼽히며, 2008년 1월 경기 이천 냉동물류센터 지하창고 폭발화재 사고로 4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10년 만에 일어난 대형 인명 사고라서 더욱 충격적이었다.
우리는 사고가 발생한 후에야 규제나 제도의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규제나 제도의 정비도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현장에서 규제나 제도를 잘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 이후에 발생한 서울 세브란스 병원은 화재 발생 이후에 적절한 초기대응과 규정에 맞게 설치된 시설의 정확한 작동으로 사망자가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러한 측면에서는 서울 세브란스 병원의 화재는 모범적인 사고 대응의 예를 보여주었다고 말할 수 있다. 다중시설, 대형시설이 많은 현대 사회에서는 사고예방 시설과 함께 사고 발생 이후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며, 따라서 ‘안전문화’라는 개념의 도입과 확산이 더욱 필요하다.
안전문화는 일반적으로 사업자나 개인이 작업환경에서 ‘안전’이라는 목표에 도달하는 방식의 하나로 ‘안전에 관해 근로자들이 공유하는 태도나 신념, 인식, 가치관’을 통칭한다. 안전문화의 개념은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시작됐는데 안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영 및 인적 자원의 구성과 활용이 매우 중요하게 취급된다. 안전문화라는 단어는 1988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국제원자력안전자문그룹(INSAG)에서 발간한 체르노빌 원자력 사고에 대한 보고서에서 최초로 사용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안전문화 확산을 위해 20년 이상 노력을 기울여 온 (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하 안실련)이란 시민단체가 있다. 안실련은 서울 본부를 비롯 전국 15개 광역 지방자치단체에 지역 안실련을 두고 있으며, 매년 100여만 명의 어린이, 청소년,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교통, 생활 등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교통사고 및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전국적인 캠페인에 참여하고 안전지도자를 육성하고 있다. 또 국회 및 정부에 안전관련 법과 제도의 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평소 안전에 관심이 많았던 필자는 2017년 3월부터 안실련의 어머니안전지도자중앙회 회장을 맡았으나, 올해(2018년 2월 9일) 처음으로 전국 안실련 한마음대회에 참가, 각 지역 안실련의 활동과 지역 어머니회의 활동을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전국 여러 지역의 활동 중에서도 특히 울산 안실련과 울산지역 어머니회의 안전사고 예방과 안전문화 확산을 위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활동을 열성적으로 발표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 중에서도 울산 안실련과 울산지역 어머니회는 울산시에서 개최된 2017년 8월 안전문화 협회 총회와 안전포럼에도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울산은 최근의 대규모 지진 발생 지역과 인접해 있고 원자력 발전 시설 및 화학 공장 등이 위치해 있어서 안전문화 확산이 특히 필요하다. 이러한 안전문화 확산은 지자체와 일부 민간단체에서 추진하고 있으나 향후 좀 더 체계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그동안 안전문화 활동의 대부분은 교통안전, 산업안전, 생활안전 등에 국한됐으나 앞으로는 원자력 방호 및 방재와 관련된 원자력 안전교육과 의료 보건 분야의 방사선 안전교육 등에 대해서도 안전문화가 확산돼야 할 것이다.
향후 정부는 안전문화 확산 추진을 위한 제도의 개선과 함께 원자력, 방사선 등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안전지도자 육성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민병주 UNIST 기계항공·원자력공학부 초빙교수
<본 칼럼은 2018년 2월 23일 울산매일신문 16면에 ‘[시론 칼럼] 안전문화의 확산을 위하여’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