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한가지가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일자리는 계속해 줄어들 것이고, 그 일자리를 놓고 인공지능과 경쟁하려면 창의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이렇게 반문할 지도 모르겠다. 난들 창의적이고 싶지 않아서 창의적이지 않은가? 창의적인 것을 생각해낼 만큼 머리가 좋지 않은 걸 어떡하냐고.
많은 사람들이 본인이 생각해내지 못한 것을 생각해 냈다는 이유로 창의적인 사람을 지능이 높은 비상한 두뇌의 소유자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편견에 불과하다. 창의성을 위해 필요한 것은 뛰어난 지능이 아니다. 창의성을 연구한 많은 학자들은 창의성에 필요한 것은 세상에 대한, 사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라고 강조한다. 새로운 시각은 기존의 규칙이나 상식, 즉 고정관념을 깰 때 찾아온다.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꼭 어려운 일도 아니다.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서는 먼저 무엇이 고정관념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사실 이것이 가장 어렵다. 왜냐하면 고정관념이라는 것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굳건히 들러붙어 있어 알아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깨고나면 쉬워 보이지만 깨기 전까지는 깰 생각조차 못하는 것이 바로 고정관념이다.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콜럼버스가 미대륙을 발견하고 돌아오기까지 어느 누구도 그것이 가능한 일이라 여기지 않았다. 당시 스페인 남단의 지브롤터 해협 끝에는 헤라클레스 기둥이라는 두 개의 큰 바위가 있었는데 그 너머는 지구의 바깥으로 여겨져 결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믿었다. 콜럼버스가 거기를 넘겠다고 하자 다들 미친 짓이라고 비웃었지만 실제로 그가 그 너머를 항해하고 돌아오자 사람들은 그냥 서쪽으로 간 것밖에 더 있냐고 폄하했다. 그러자 콜럼버스는 달걀을 꺼내서 한번 세워보라고 했다. 아시다시피 누구도 세우지 못했고 콜럼버스는 달걀 한쪽을 깨뜨려 세웠다. 있는 그대로의 상태에서 달걀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 고정관념이다. 달걀을 조금도 깨뜨리면 안된다는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고정관념을 인지하고 거기에서 벗어나면 새로운 시각이 형성된다.
맥도날드도 마찬가지다. 어떤 이는 맥도날드가 한 것이라고는 고작 기존의 자동화, 표준화를 식당에 적용한 것 밖에 더 있느냐고 말하기도 한다. 맞는 말 같지만 이러한 착안을 하기가 쉽지 않고 (왜냐하면 자동화는 공산품에나 적용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또한 생각은 할 수 있어도 실천은 더욱이 힘들다. 그래서 발견은 모든 사람들이 보는 것을 보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고정관념을 깨는 방법으로는 ‘왜 꼭 그래야 하는데?’라고 물어보거나 ‘정반대’의 것을 상상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왜 햄버거 가게는 공장처럼 표준화, 자동화하면 안되는데? 왜 음식은 꼭 요리기구로 만들어져야 하는데? 왜 서커스는 꼭 우스꽝스러워야 하는데? 전통적이고 당연시 되어오는 사고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면 새로운 시각이 생겨나고 발상의 전환을 가져온다. 발상의 전환이 곧 창의성의 시발점이며 새로운 생각의 단초를 제공한다.
발상의 전환 대표적인 사례로 ‘태양의 서커스’가 있다. 캐나다의 거리공연자였던 기 랄리베르는 서커스단을 창설하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당시 서커스산업의 전망은 매우 어두웠다. 서커스 공연 내용이 뻔하고 진부했으며 서커스단의 동물 처우 방식은 자주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한마디로 서커스는 사양업종이었다. 그렇지만 기 랄리베르는 서커스에 대한 모든 통념을 뒤집었다. 서커스는 동물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해 동물묘기대신 뮤지컬과 연극을 합성하고 기존의 어린이 고객대신 성인고객을 타겟으로 했다. 무너져가던 서커스가 9000억원이 넘는 히트상품으로 탈바꿈되었다. 이쯤되면 우리 모두가 충분히 창의성을 키울 수 있겠다고 생각되지 않을까?
황윤경 UNIST기술창업교육센터장·교수
<본 칼럼은 2018년 3월 26일 경상일보 18면에 ‘[경상시론]번뜩이는 아이디어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