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제일 인기 있는 전공은 무엇일까? 대학과 대학원 진학을 앞둔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이러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인기 있는 전공을 선택해야 좋은 직장을 쉽게 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도 가끔 지인들로부터 인기 있는 전공과 관련된 질문을 받곤 한다. 그러면 나름 곰곰이 생각해보지만 마땅한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흔히들 아는 의대, 법대, 그리고 공학계열에서는 4차산업혁명 관련 학문들(이를테면, 인공지능, 기계학습, ICT) 이외엔 요즘 잘나가는 특별한 학문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더군다나 점점 빨리 변해가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학생들이 대학 공부를 마칠 4년 뒤, 그리고 혹시 대학원 진학을 한다면 대략 9년 뒤의 추세를 예측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고민 끝에, 스스로에게 재미있는 전공을 선택해 공부하라고, 그리고 좋아하는 공부를 하며 준비를 하다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는 구태의연한 조언을 하곤 한다.
지진 관련 학문은 최근 관심이 늘어난 분야다. 하지만 필자가 대학원 공부를 시작한 2007년부터 재작년까지는 그렇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를 비롯해 많은 학생들과 학자들이 학문적 호기심과 사명감으로 꾸준히 지진에 대해서 연구와 공부를 해 오고 있다. 여기에서 이러한 지진 관련 학문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하려 한다.
지진 관련 공부라고 하면, 대부분 땅속의 무엇인가를 공부하는 것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지진이 대륙이든 해양이든 땅속의 단층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이니 그러할 것이다. 주로 지질학을 통해서 땅속의 단층과 지진 발생에 대해서 배울 수 있다. 각종 물리탐사를 이용해 지구 내부 구조를 파악하는 방법도 배운다. 그리고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파가 암반을 통해 어떻게 전파 되는지에 대해서도 배운다.
다음으로 지진하면 떠오르는 말은 ‘내진설계’일 것이다. 이 부분은 토목공학 내의 구조동역학이라는 학문과 관련이 깊다. 땅속에서 발생한 지진은 모든 방향으로 전파가 되기 때문에 지진파의 일부는 지표면에 도달하게 되고, 지상 건축물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결국 많은 인명 및 재산 피해는 건축물의 손상으로부터 유발되기 때문에 지진 시 건축물의 거동을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구조공학을 통해서 배운다. 지진 시 건축물의 흔들림을 저감시키는 여러 공법에 대해서도 배운다.
마지막으로 지반지진공학(혹은 지반동역학)을 소개하고 싶다. 이 학문은 지진학과 구조동역학의 중간 정도이면서 어느 정도 겹치는 부분도 있다. 지반지진공학에서는 땅속의 지진파 전파에 대해서 배우지만, 지질학에서 배우는 것보다는 많은 지하 구조물들이 존재하는 얕은 땅속이 주된 관심 영역이다. 지진파가 지표면 근처의 연약한 지반 속으로 어떻게 전파되는지에 대해서 배운다. 건물 하부의 기초, 터널, 옹벽, 사면 등 지하 및 지반 구조물의 지진 시 거동에 대해서도 배운다.
지진 관련 분야를 전공으로 삼으면 이렇게 지질학, 지반지진공학, 구조동역학 등의 전공에서 지진의 각 분야에 대해서 배우고 연구한다. 세계 곳곳에서, 특히 지진에 대비가 미비한 개발도상국들에서, 지진으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막심한 가운데, 인류의 삶에 크게 기여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많은 학생들과 학자들이 지진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있다. 지진과 그 관련 학문에 대한 관심도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김병민 UNIST 도시환경공학부 조교수
<본 칼럼은 2018년 3월 28일 울산매일신문 19면에 ‘[사는 이야기 칼럼] 지진관련 학문’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