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네이처지에 ‘생각을 행동으로 바꾸기’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기사는 생각만으로 외부 기기를 제어하는 뇌-기계 인터페이스(BMI) 기술이 최초로 인간에 적용된 당시의 혁신 과학 기술 결과를 소개했다.
이후 BMI 기술은 발전을 거듭했다. 최근에는 사지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정교한 로봇 팔을 제어하거나 로봇 팔에서 뇌로 직접 전달되는 촉감을 느끼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글자 그대로 생각하는 대로(thoughts) 행동(action)이 구현되는 뇌과학·공학 융합 기술이 탄생한 것이다.
현재 BMI 연구는 주로 운동이나 감각 기능을 복원하는 기술 구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BMI를 다른 측면에서 보면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공상하던 황당무계한 상상이 뇌 과학 기술에 의해 현실로 구현된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BMI 외에도 지금 공상(thoughts)하는 많은 것이 미래에는 실제로 일어나는(action) 날이 올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은 점점 인간의 뇌를 닮아 가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에 따라서 AI가 구현되는 인공신경망과 인간 뇌 안 자연신경망의 간극이 좁혀 들고, 이 둘을 서로 연결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현재의 BMI 기술은 자연스럽게 뇌-AI 인터페이스(BAI)로 발전될 것이다.
인터페이스가 구현되면 뇌와 AI가 직접 정보를 교환하면서 인간의 다양한 인지 기능을 복원하거나 증강시킬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AI를 통해 최적화된 정보가 뇌의 의사결정 영역과 직접 연결돼 인간의 의사결정을 도와줄 수 있다. 뇌의 기억 영역과 연결된 AI는 개인의 손상된 기억을 회복시키는 식이다.
치매 환자 역시 AI를 통해 기억 회복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꿈을 꾸는 동안의 뇌 활동을 기록하여 꿈을 구체화시켜서 저장할 수 있다. 지금은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일이 실제로 이뤄질 것이다.
뇌 과학 기술은 단지 기초과학의 성과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뇌 기반 산업을 형성하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데 활용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뇌 기반 산업’은 아직 미미한 편이지만 앞으로는 뇌 연구 성과를 적극 사업화해 미래의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나가야 한다.
특히 미래의 뇌 기반 산업은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과 뇌 연구의 융합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블루 브레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IBM이 좋은 예다. 우리가 뇌 과학을 통해 뇌의 구조와 기능을 더욱 깊게 이해하고, 이를 통해 인간 뇌를 닮은 새로운 AI를 개발한다면 차세대 AI 산업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광대한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다루는 AI 기술을 뇌질환 진단 및 치료에 접목한다면 혁신 융합 의료 기술을 창출, 의료 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 다수의 다국적 정보기술(IT) 기업은 뇌신경망 모방 프로세서를 연구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이 강한 우리나라 산업계가 선도할 수 있는 유망 분야다.
이러한 뇌 과학 융합 기술이 현실로 나타났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사회 및 윤리 이슈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인간의 뇌에 직접 접근하고 정보를 해석할 수 있는 기술이 만들어지면서 기존의 생명윤리보다 훨씬 더 복잡한 뇌신경윤리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미래의 뇌 연구는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 낸 인공물로부터 자신의 정신 기능을 건강하게 지키고 길러 나가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윤리 및 철학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뇌 연구를 통해 실행해야 할 당면 과제이며, 미래 사회가 감당할 가장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다.
김성필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spkim@unist.ac.kr
<본 칼럼은 2018년 4월 12일 전자신문 27면에 ‘[과학산책]’뇌-인공지능 인터페이스’가 온다’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