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구본무 회장이 지난 20일 별세함에 따라 고인이 보유했던 지주회사 지분을 상속받게 될 구광모 LG전자 상무의 상속세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서구사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혈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특성 때문에 자식으로의 재산 상속이 당연하게 여겨졌고 오랜 기간 동안 유지돼 왔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가능하면 자신이 모은 재산을 자식에게 많이 물려주고 상속세조차도 줄이고 싶어 한다. 부모들이 고생하여 모은 재산을 온갖 방법을 다 짜내어 절세를 해서라도 자식에게 많이 물려주려 한다. 그러나 이것은 종종 자식의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그 유산 때문에 자식에게 불행이 초래되기도 한다.
물질의 상속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아마도 정신의 계승이라고 생각된다. 오랜 기간 동안 성공을 이어온 가문은 대부분 훌륭한 정신적인 훈육이 있었다. 예를 들면 성실한 노력을 강조하거나, 주변 사람들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등 자녀들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교훈을 강조하고 그에 따른 자세를 가르쳤다. 자녀를 성공의 길로, 행복의 길로 이끌기 위해 훈육해야 할 정신적인 덕목으로 감사와 겸손, 그리고 자선을 얘기하고 싶다.
첫째는 감사하는 마음이다. 일본 영화배우이자 연극계의 거장 모리시케 히사야는 오사카의 한 고등학교에서 이렇게 강연한 적이 있다. “우리는 최소 200만명의 사람들 덕분에 존재합니다. 모든 것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17년간 살아오면서 도움을 받은 사람들을 헤아려보면 아마도 200만 명이나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사람들 모두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최근 한 티비 프로그램에서 법륜 스님이 하신 질문이 생각난다. “상추가 내 입으로 들어오기까지 몇 사람의 노고가 있었을까요?” 아주 많은 사람들 덕분에 내가 지금껏 잘 살아올 수 있었음을 알고 그들 모두의 은혜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겸손한 자세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것은 재물이 많거나 학식이 높을수록 자신을 낮추는 겸손이 더욱 더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겸손한 사람들만이 궁극에 이르러서는 최대의 이익과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겸손하지 않고 자만심이 가득한 사람들은 결국은 크게 성공하지 못한다. 또 설령 그들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라도 그것은 오래 가지 못한다. 스스로 낮아져야 높아질 수 있다.
셋째는 자선을 행하는 것이다. 맹자가 제나라의 선왕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개인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마음을 모든 백성과 함께 행복을 나누는 것으로 확장하고 또 그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 분명 이 나라는 번영할 것입니다.” 자선은 자신을 희생하여 남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역경(易經)에는 “선행을 행하는 집안은 수많은 세대동안 지속할 수 있는 행운이 있다(積善之家 必有餘慶).”라는 구절이 있다. 물론 행운이 자선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자선의 대가로 아무것도 구하지 않고 자선을 계속 쌓아간다면 결국 그것은 행복으로 연결될 것이다.
정도경영을 추구해온 LG그룹의 경영철학으로 비추어 보아 지금까지 보아온 일부 재벌 일가의 편법 상속과는 분명한 차별점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부정한 1등은 의미가 없다.”는 고 구본무 회장의 말씀이 가슴에 와 닿는다. 비록 법적으로 잘못된 방법이 아닐지라도 도덕적으로 잘못된 방법으로 성취된 결과도 어쩌면 정당하지 못한 것이다. 본립도생(本立道生), 즉 ‘근본이 바로 서야 나아갈 길이 생긴다’라는 뜻이다. 필자는 ‘5월 가정의 달’ 자녀들에게 물질의 상속 이상으로 정신의 계승, 그 가운데 감사와 겸손과 자선을 강조하고 싶다.
민병주 UNIST 기계항공·원자력공학부 초빙교수
<본 칼럼은 2018년 5월 29일 울산매일신문 18면에 ‘[사는이야기] 5월 가정의 달 ‘자녀들에게 물려줘야 할 것’’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