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entrepreneurship’이라 표현되는 기업가정신은 모험적인 사업을 일으키는 사람에게 필요한 마음가짐, 태도, 역량을 일컫고 이를 직접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을 기업가라 부른다.
어디서, 어떻게, 어떤 목적으로 사업을 일으키느냐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기업가가 존재한다. 가장 흔히 회자되는 유형이 사업을 일으키기 위해 새로운 기업을 설립하는 창업가이다.
대표적인 예가 이 시대의 진정한 기업가로 일컬어지는 스티브 잡스이다. 미혼모의 자식으로 태어나 대학을 중퇴하고 애플컴퓨터를 설립해 20세기 최대산업인 PC산업을 일으키고, 픽사를 통해 3D애니메이션을 개척했으며 아이튠즈를 통해 음악분야를, 아이폰을 통해 모바일 통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카카오톡의 김범수 의장,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 모두 이 그룹에 속한다.
두번째 유형은 이미 존재하는 기업내에서 새로운 사업을 일으키는 사내 기업가들이다. 새로운 사업은 비단 새로운 기업을 통해서만 추구되지는 않는다.
기존 기업도 생존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을 일으키는 기업가적 활동이 필요하며 이러한 활동이 없다면 기존 기업은 쉬이 사라질 것이 자명하다. 이로인해 빌 게이츠는 재임시절 마이크로소프트는 망하기 2년전임을 계속 강조해 사내 기업가정신을 일깨우려 노력했다.
사내기업가는 신생기업의 창업가에 해당하는 ‘entrepreneur’와 구별, ‘intrapreneur’라 부르고 사내벤처라 불리는 신규 사업팀을 꾸려 신사업개발과 관련된 연구개발에서부터 재무, 인사까지 광범위한 자율권을 가지고 활동한다.
많은 경우 이것이 어느 정도 성공하면 독립적인 회사로 설립한다. 이런 독립적인 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분사 또는 스핀오프라 한다.
대표적인 예가 네이버의 이해진 의장이다. 이해진 의장은 1997년 삼성SDS의 검색엔진 개발을 하는 사내벤처 네이버팀의 팀장으로 일하다가 삼성SDS가 이 팀을 분사시키기로 결정하면서 본격적인 기업가의 길로 들어섰다. 네이버팀의 자체 자금과 모기업인 삼성 SDS의 소규모 투자로 네이버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세번째는 정부출연연구소나 대학과 같은 연구개발기관에서 사업을 일으키는 경우이다. 정부출연연구소나 대학은 연구기관인데 무슨 사업을 일으키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는데 교수나 연구원이 자신의 연구개발성과물(특허나 신기술)을 사업화하려는 행위 또한 기업가정신으로 분류된다. 연구개발을 통해 획득한 특허나 신기술을 기업체에 이전하고 로열티를 받는 활동에서부터 벤처투자자와 협력해 교수나 연구원이 직접 창업하는 활동 모두가 포함된다.
이의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바이오벤처의 효시로 일컬어지는 미국의 제넨텍을 들 수 있다. 제넨텍은 당뇨병 치료제인 인슐린을 과거 소나 돼지에서 추출하던 것을 인간의 유전자합성을 통해 처음으로 개발한 회사로 유전자재조합 기술특허를 보유한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대학의 보이어 교수와 젊은 벤처투자가인 스완슨이 공동 설립했다. 설립후 인슐린, 인간 성장호르몬 등 최초의 바이오 의약품을 만들어내면서 대학실험실에만 있던 많은 학자를 비즈니스 세계로 나오게 하는 촉발제 역할을 했다.
마지막 유형의 기업가는 빈곤퇴치, 환경보호, 인권강화 등 사회전체의 발전과 삶의 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기업가로 흔히 사회적 기업가로 불린다.
앞의 세 유형의 기업가들이 주로 영리를 목적으로 주주나 소유주를 위한 이윤 극대화를 추구한다면 이들은 최우선적으로 사회적 목적을 위해 사업을 추구하고 그로 인해 발생된 이윤을 사업 또는 지역공동체에 다시 투자한다. 방글라데시 빈곤퇴치를 위해 그라민은행을 설립한 무하마드 유누스 총재가 이 유형에 속한다. 방글라데시 치타공 대학교의 경제학교수였던 유누스 박사는 빈곤이 계속되는 한 민주주의와 인권이 개선될 수 없다는 신념하에 빈곤층을 대상으로 무담보 소액대출 (마이크로 크레디트)을 제공하는 그라민은행을 설립했다. 그라민은행은 돈을 갚지않는다고 법적 책임을 묻지않았음에도 불구 연평균 90% 이상의 대출상환율을 기록했는데 이는 한 지점안에서 한사람이라도 신용이 나쁘면 다른 대출자 역시 대출한도 등에서 불이익을 받도록 해 서로의 신용을 담보로 삼은 결과이다. 그 결과 이를 이용한 많은 시민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유누스 총재는 그 업적을 인정받아 2006년 그라민은행과 공동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이와 같이 다양한 형태의 기업가를 고려해볼 때 가까운 미래에 우리 청년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기업가 또는 예비기업가의 모습을 띠고 있을 확률이 높다. 학교 졸업 후 또는 졸업 전이라도 무언가 새로운 사업기회를 포착해 직접 창업의 길로 들어설 수도 있고 기업에 입사해 회사내에서 신사업을 담당할 수도 있다. 또한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근무하면서 자신의 연구개발을 사업화할 수도 있고 뜻한 바가 있어 사회변화를 추구하는 조직이나 단체에서 일을 하면서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도 있다. 길은 각기 다른지만 모든 길은 기업가정신으로 통한다.
황윤경 UNIST 기술창업교육센터장·교수
<본 칼럼은 2018년 6월 29일 경상일보 18면에 ‘[경상시론]모든 길은 기업가정신으로 통한다’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