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
―루이스 설리번
20세기 초 미국 마천루를 이끌었던 시카고파의 대표적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1856∼1924)의 말이다. 한 건축가의 단언이 어떤 디자인을 규정하는 시공 초월의 명제로 쓰이고 있다. 꾸미는 것이 아름답다는 장식미술 개념을 구식으로, 간결한 형태를 우수하게 보는 모더니즘 디자인을 명쾌하게 설명하기 때문이다. 이 명제에 따르면 모든 모양새는 기능을 반영한다. 가위는 손아귀 움직임을 지탱하기 위해 손가락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다. 스포츠카가 낮고 넓고 날렵한 것은, 낮은 공기 저항과 안정적인 고속 주행을 위해서다. 건축물이 사각형인 까닭은 공간 효율성 때문이다. 세상 모든 형태는 기능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정말일까?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로 설명 안 되는 예외는 많다. 프랑스 디자이너 필리프 스타르크(필립 스탁)의 우주거미 형상 레몬즙짜개는 실제 거의 안 쓰이는데도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주방소품 중 하나다. 예쁜 그릇, 주전자들은 본연의 기능과 상관없이 벽이나 장식장에 있다. 공간 효율성 없는 유기적 형태의 건축물은 더 많이 생기고 있다. 형태가 기능을 배신하는 심각한 에러다.
정연우 국립울산과학기술원 디자인및인간공학부 교수
필자는 역설한다. 형태가 기능을 따르는 게 아니라, 기능이 형태를 따른다. 휘두르려 방망이를 만든 게 아니라, 누군가 긴 나뭇가지를 보고 휘두르기 시작한 것이다. 사슴벌레의 뿔이 크니까 경쟁자 수컷을 던지는 데 쓰이고, 꽃이 예쁘니까 나비가 모인다. 부드러운 공간에 끌리는 감성이 효율 기능을 압도하니까, 유기적 형상의 건축이 더 많이 생겨나는 것이다. 기능을 망각하고도 예쁨받는 형태의 존재가 비로소 설명된다. 외모 지상주의라고? 천만의 말씀! 아름다운 형태에 끌리는 감성이라는 기능(본능) 때문이다. 기능이 형태를 따른다.
정연우 국립울산과학기술원 디자인및인간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8년 7월 9일 동아일보 A31면에 ‘[내가 만난 名문장]아름다움도 기능이다’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