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다음 두가지 중 어디에 투자하고 싶은가? (1) A급 아이디어를 가진 B급 창업팀, (2) B급 아이디어를 가진 A급 창업팀. 대부분의 초기 투자자는 후자에 투자를 한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아이디어가 좋지 않으면 바꾸면 되지만 창업팀이 좋지 않으면 아이디어가 훌륭하더라도 이를 제대로 구현해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는 실행될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알 수 있다. 흔히 좋은 창업아이디어를 구하려 하는데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가 중요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는 실행을 통해서 좋은 아이디어로 거듭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 자체가 아니라 그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주체, 즉 창업팀이다.
여기서 강조되는 것이 팀이다. 흔히 혼자하면 안되냐고 하는데 창업은 그 과정이 험난해서 혼자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초창기에 쏟아 부어야 할 많은 업무량과 지속적인 적자를 감내하면서 불확실한 제품개발에 매진할 때의 두려움과 불안감 등을 생각하면 심리적인 면에서나 역량적인 면에서 공동창업자는 필수적이다. 대부분의 투자자들도 공동창업자가 없는 쪽보다 있는 쪽에 투자한다. 세상의 모든 어려움을 혼자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스티브 잡스조차도 공동창업자를 필요로 했다.
사실 우리가 아는 유명 스타트업 –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드롭박스 모두가 공동창업이다. 드롭박스(파일공유시스템)의 창업자 휴스톤도 창업을 결심하고 미국의 유명 엑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를 찾아갔지만 그 자리에서 퇴짜를 당했다고 한다. 아이디어는 좋지만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휴스톤은 다시 학교로 돌아와 1년 후배인 이란 출신의 아라시 페르도시를 수차례 설득했다. 페르도시는 6개월 남겨놓은 MIT학위를 포기하고 드롭박스에 합류, 최고기술책임자를 떠맡았다.
몇 명이 좋을까. 창업팀의 최적의 규모는 없지만 너무 많은 것은 좋지 않다. 왜냐하면 초기에는 그렇게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도 않고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것처럼 창업자가 많으면 의견일치를 보기가 힘들다. 보통 그럴 경우 다수결에 의한 의사결정으로 가는데 그렇게 되면 파벌이 조성되어 공동체의식이 훼손된다. 모든 것이 부족한 스타트업에게 유일한 자원은 똘똘 뭉친 공동체의식에서 나오는 집중된 에너지이다. 그런데 의견이 갈려져 팀워크를 발휘하지 못하면 스타트업의 유일한 강점이 없어져 실패하기 쉽다.
그럼 창업은 하고 싶은데 공동창업자를 구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와이콤비네이터의 폴그레이엄은 한마디로 그래도 구해야 한다고 한다. 주변에 창업을 같이 할 사람이 없다면 그런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든지, 같이 하고자 하는 사람이 지금의 아이디어를 좋아하지 않아서 같이하고 싶지 않다면 같이 하고 싶을만한 아이디어로 바꾸라고 조언하다. 다른 그 어떤 것보다 공동창업자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특히 기술창업을 하고자 할 때는 반드시 기술계통의 사람이 포함되어야 한다.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시대의 큰 오류 중의 하나는 비즈니스계통의 사람이 기술적인 창업아이디어를 내서 나중에 이를 구현할 엔지니어를 찾는 방식이었다. 이것은 결코 좋은 전략이 아니었다. 기술적으로 어떤 대안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어떤 문제가 기술적으로 더 난제인지를 알지 못해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치명적인 것은 제대로 된 기술자를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기술자 스스로도 유능한 기술자를 알아보지 못할 때가 많다.
기술창업의 경우에도 창업팀에 비즈니스쪽 사람을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 비즈니스가 심오하고 어려워서라기보다는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을 만들어서’ 실패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고객의 요구에 초점을 맞출 의지와 능력이 있는 사람이 적어도 한 명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술자들은 기술지향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술 중심의 제품개발을 할 확률이 높다. 이것을 제어하고 균형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데 창업팀의 기술자들이 충분히 시장지향적이고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제품개발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되면 비즈니스 사람을 굳이 포함시키지 않아도 된다. 세상사 모든 일이 사람이 중심인 것처럼 창업 또한 사람이 전부이다.
황윤경 UNIST 교수·기술창업교육센터장
<본 칼럼은 2018년 7월 23일 경상일보 18면에 ‘[경상시론]창업아이디어와 창업팀’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