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창업의 성공가능성은 낮다. 성공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성공확률은 틀려지겠지만 흔히 1%대로 이야기한다. 창업의 성공가능성이 이렇게 낮은데 청년들에게 창업을 권하는게 과연 옳은 일일까? 이 질문에 답을 하려면 창업의 대안으로 여겨지는 취업의 성공률도 살펴보아야 한다. 작년 대기업 경쟁률은 38.5대 1이었다고 한다. 약 2.6%의 취업률이다. 대기업 취직 후 이런 저런 이유로 5년 이내 퇴직하는 비율이 약 40%인 점을 감안하면 대기업의 성공 취업률은 약 1.6%가 된다. 요즘 선호하는 공무원의 취업률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올해 9급 공무원의 경쟁률은 약 41대 1, 2.4%의 취업률이다. 공무원의 조기 퇴직비율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10%를 감안하면 2.2%가 된다. 그렇다면 창업성공률 1%가 1.6% 및 2.2%에 비해 낮기 때문에 창업보다 취업을 권유해야 할까?
객관적인 숫자를 논하지 않더라도 요즘 취업은 창업만큼 힘들다. 그런데도 취업은 괜찮고 창업은 안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취업은 많은 이들이 선호하고 주변에서도 권유한다. 반면 창업은 일단 가족들부터 설득해야 한다. 엄마의 반대에 못 이겨 창업을 포기했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 그럼 왜 많은 부모님들은 그 자식들이 창업하기를 바라지 않는 걸까?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기가 살아온 방식대로 미래를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즉 과거에 이러이러했으므로 미래도 이러이러할 것이다라는 식이다. 지금 청년세대의 많은 부모님들은 기업에 입사해서 회사의 성장과 더불어 본인의 성장을 이룩하신 분들이거나 IMF와 벤처버블을 겪으면서 사업의 쓴맛을 톡톡히 경험하신 분들이다. 그렇게 때문에 그분들에게는 취직이 미래를 살아가는 정답일 확률이 높다. 우리의 청년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지금까지 해온 것이 공부고 시험이다 보니 본인의 적성이나 취향과는 상관없이 취직시험, 공무원시험이 보다 익숙할 것이고 가능성이 낮아도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것을 같이 하게 되면 일단 심리적인 불안감은 줄어든다.
그러나 우리의 청년들이 맞닥뜨려야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혁명이라는 말이 암시하듯 결코 과거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다. 알파고의 승리에서 목격했듯 사람이 만든 인공지능이 사람을 능가하고 있고 조만간 사람 없는 자동차가 거리를 활보할 것이다. 혁명적인 기술의 탄생은 기업의 고용 없는 성장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고 일부 가전제품의 똑똑한 기능으로만 탑재돼있는 인공지능은 수년내 우리생활의 일부가 될 것이다. 그럼 고용은 또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취업을 계속해서 권하는 것은 옳은 일일까? 취업이냐 창업이냐 그것은 개인의 선택에 달렸겠지만 두 가지 모두 성공가능성이 낮다면 성공에 대한 보상이 큰 쪽으로 가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희망적인 것은 창업을 시도하는 것이 과거에 비해 훨씬 쉬워졌다는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창업지원정책은 차치하고라도 평균 창업비용(실리콘밸리 기준)이 2000년대 50억원에서 2011년 5000만원으로 확 줄어들었다. 예전에는 필요한 대부분의 기술을 자체개발해야 했지만 지금은 상당부분 무상으로 공개된 오픈소스 기술을 활용하거나 외주를 통해 조달 가능하다. 가장 트렌디한 인공지능 기술도 많은 부분이 공개돼있어 자신의 입맛에 맞추어 고쳐쓰면 된다. 마케팅 또한 오프라인, 온라인, 모바일, 소셜커머스 등 다양한 채널이 존재하고 과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고비용의 TV광고 외에 목표고객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마케팅 기법의 등장으로 저비용 고효율의 광고도 가능해졌다. 심지어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만 만들면 별도의 광고나 홍보없이 소비자들의 블로그나 SNS를 통한 자발적인 입소문과 후기만으로 제품판매가 가능하다.
물론 창업의 용이성이 성공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쉽기 때문에 시도해 볼 수 있고 실패하더라도 그 원인을 분석해 빠르게 다시 도전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 또 실패하더라도 (좌절하지만 않는다면) 어렵지 않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빠른 도전과 빠른 실패가 시장이 원하는 것에 대한 빠른 학습을 가능하게 하고 빠른 학습이 빠른 성공을 낳는다. 미국의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유니콘(기업가치가 1조 기업)이 되는데 걸린 시간은 평균 7년, 중국의 경우는 이보다 더 짧은 4년이라고 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에어비앤비(숙박공유업체)는 유니콘이 되는데 3년 남짓,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는 설립된지 2년도 채 안돼 1조원이 넘는 금액으로 페이스북과 구글에 인수되었다. 이만하면 창업을 권유해도 되지 않을까?
황윤경 UNIST 기술창업교육센터 교수
<본 칼럼은 2018년 8월 23일 경상일보 18면에 ‘[경상시론]창업을 권하는 게 옳은 일일까’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