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9월 2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열린 유엔아동기금 (UNICEF·유니세프) 청년 어젠다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Generation Unlimited)’ 행사에 참석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측은 방탄소년단의 `러브 마이셀프’ 캠페인과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가 지향하는 가치가 같다며 이들을 초청했다.
이 자리에서 방탄소년단의 리더 알엠(RM) 김남준은 7분 가량의 연설을 통해 자신의 어린 시절과 힘들었던 그룹 활동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는 자신을 여전히 평범한 청년으로 소개하면서 방탄이 월드 스타로 성장한 것에 대해 멤버들과 팬클럽 `아미’에게 그 공을 돌렸다. 그는 감동적인 연설을 통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모두 한 걸음 앞으로 내딛읍시다. 우리는 우리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따라서 이제 여러분의 이야기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신념을 듣고 싶습니다. 당신이 누구든, 어디에서 왔든, 피부색이 무엇이든, 성 정체성이 무엇이든 간에 상관없이 여러분의 이야기를 해주십시오.”
지난 5월 방탄소년단은 빌보드200 차트에서 한국 가수 최초로 1위를 차지했다. 단순히 젊은 팬들 뿐만이 아니라 어른들까지도 열광했고, 심지어는 과학자, 이공계교수들도 특별 강연에서 방탄소년단의 곡을 활용하고 방탄소년단의 성공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룹 ‘방탄소년단(防彈少年團)’이라는 이름에서 방탄은 ‘총알을 막아 낸다’라는 뜻인데, 이것은 사회적 억압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10·20대를 향해 세상의 편견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꿈을 향해 끊임없이 전진하라는 희망적인 의미가 포함돼 있다고 한다. 또 그들의 팬클럽 `A.R.M.Y’는 군대라는 뜻으로 방탄복과 군대는 항상 함께 하므로 방탄소년단과 팬클럽도 항상 함께 라는 의미이며, 이것은 ‘Adorable Representative M.C for Youth’의 약자이기도 하다.
방탄소년단은 2013년 6월에 데뷔해 5년 만에 세계 정상에 올랐다. 그들의 성공비결에는 여러 가지 분석이 있다. 중고생이 겪는 사회적 부조리를 가사로 풀어내어 10대의 마음을 후련하게 만들었고, 당시 10대가 주축이었던 멤버 전원이 작사·작곡에 직접 참여했던 것이 강력한 힘을 발휘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또 온라인을 주요 홍보채널로 삼으면서 멤버들의 개인 콘텐츠를 블로그나 트위터에 업로드하고, ‘BANGTAN TV’를 개설해 일명 ‘방탄밤(BTS Bomb)’이라 불리는 1~2분짜리 짧은 동영상에 멤버들의 일상생활을 담아 올렸다.
이러한 전략은 방송 이면의 아이돌 일상까지 알고 싶어 하는 팬심을 움직였고 시대의 흐름과 팬들이 원하는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 됐다. 그리고 ‘Magic Shop’이란 곡을 통해 “이 기적 아닌 기적을 우리가 만든 걸까”라며 팬들이 지금의 방탄소년단을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했고, 팬들이 자신들을 만들어 줬듯이 그들도 노랫말로 팬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들의 가장 중요한 성공 비결은 아마도 유엔 연설에서 그룹 리더가 말한 것처럼 한국의 어느 조용한 마을에서 자라난 평범한 아이가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좌절하지 않았던 ‘긍정의 힘’일 것이다.
매년 10월이 되면 과학계에서는 ‘올해는 우리나라도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까’ 기대한다. 세계적인 정보 서비스 회사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발표한 노벨상을 받을 것으로 예측되는 연구자 17명 중에 유니스트의 로드니 루오프 특훈교수가 포함됐다. 루오프 교수는 명단에 오른 인물 중 비록 한국인은 아니지만 한국 기관에 소속된 인물로는 유일하다. 한국연구재단에서는 과학기술 논문 평가에 자주 이용되는 피인용수 등을 기준으로 지난 10년간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의 수준에 도달한 한국 과학자는 6명이라고 발표했다. 그 가운데 UNIST의 김광수 교수가 포함돼 있고, 또 3년 후 노벨상 수상 수준에 도달할 국내과학자 7명 중에는 두 명의 유니스트 교수(석상일 교수, 조재필 교수)가 포함돼 있다.
긍정의 힘을 통해 방탄소년단이 K-Pop으로 세계 일류가 된 것처럼 울산의 유니스트가 한국 과학의 K-Science로 인류 과학 발전에 공헌하고 노벨과학상을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민병주 UNIST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초빙교수
<본 칼럼은 2018년 10월 16일 울산매일신문 18면에 ‘[현장소리 칼럼] 유니스트의 K-SCIENCE를 기대하며’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