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는 혼자 열심히 하면 가능하다. 그러다 장사가 잘되면, 직원을 채용하게 되고, 장사의 규모를 키우게 된다. 이 시점부터는 ‘사업’이라 부른다. 이때까지는 창업자가 혼자 열심히 해도 어떻게 해서든 사업은 굴러간다. 사업이 점점 커지고, 직원들도 점점 많아진다면 이제는 ‘경영’의 단계로 들어가야 한다. 경영은 혼자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 즉 헌신된 직원들이 조직의 목표를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사에서 사업으로 나아가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사업에서 경영으로 나아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경영을 해야 하는데, 아직도 장사와 사업을 하듯이 경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경영을 배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사람을 이해해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경영의 첫걸음이다.
사람을 잘 뽑아 동기부여하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은 어느 조직이나 당면한 중요한 과제이다. 중소기업의 리더들을 만나면 사람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사람이 만사(萬事)다’ 라고 한다. 어떻게 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사람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질문은 잠시 접어두자. 조직의 리더라면 ‘사람에 대한 기본 관점과 철학은 무엇이냐’에 먼저 답해야 한다. 사람에 대한 철학과 관점이 직원들의 행동과 태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한 사회과학자가 ‘배신’과 ‘협력’의 행동패턴 실험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자는 두 집단으로 나누어, 한 집단에게는 ‘월스트리트 게임’이라고 소개 하였고(A집단), 다른 집단에게는 ‘공동체 게임’이라고 소개하였다(B집단). 실험 조건과 게임의 규칙과 목적은 모두 동일했다. 단, 게임의 이름만 바꾼 것이다. 실험의 결과는 놀라웠다. A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B집단에 속한 사람들보다 더 많은 배신을 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경쟁과 돈 중심의 관점을 가진 월스트리트는 A집단에 속한 사람들에게 ‘월스트리트의 특성에 맞도록 행동해야만 한다’라는 메시지를 주었기 때문이다. 즉, 실험을 통해 형성된 ‘월스트리트’라는 집단의 패러다임이 A집단 사람들에게 더 많은 ‘배신’을 선택하도록 영향을 준 것이다. 만약 A집단의 사람들이 B집단에서 실험을 진행했다면, 대부분 그들도 ‘협력’했을 것이다.
위의 연구 결과는 기업을 경영하는 리더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조직의 경영자가 ‘직원들은 금전적 보상과 경쟁을 통해서 동기부여된다’고 생각한다면, 그 조직은 금전적 보상과 경쟁을 촉진하는 조직 시스템을 만들 것이다. 그러면 직원들은 금전적 보상을 바라며, 경쟁에 이기기 위해 일을 하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당신이 ‘직원들은 일의 성취와 협업을 통해 열심히 일한다’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일을 통해 직원들이 성장하고 협업을 할 수 있는 조직 시스템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 직원들은 그렇게 일을 할 것이다. 사람에 관련된 생각과 철학은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묘사(description)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그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처방(prescription)의 역할을 하게 된다. 사람에 대한 생각과 철학이 현실화되는 순간이다.
사람에 대한 올바른 생각과 관점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시간이 지나면 과거의 기술은 사라지고 새로운 기술로 대체된다.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은 카세트 테이프를 이용하여 음악을 듣지 않는다. 보다 편리한 새로운 기술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과거의 기술은 도태된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이론과 철학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도태되지 않는다. 옳고 그름을 떠나, 사람에 대한 확고한 신념은 현실화되고 강화된다.
모든 기업의 인사관리 시스템은 조직의 리더가 가지고 있는 가치와 철학의 반영이다. 이는 ‘조직의 경영은 선택의 문제(management by choice)’라는 구글의 최고 인사책임자의 조언과 일맥상통한다. 이제 경영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당신은 어떠한 인사 철학을 가지고 있는가? 기업의 리더들이 먼저 고민하고 답해야 하겠다.
홍운기 UNIST 경영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9년 2월 18일 경상일보 19면 ‘[경제칼럼] 사업에서 경영의 단계로 나아가려면’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