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정부와 지자체가 굵직한 재정부양 정책들을 발표했다. 24조짜리 예타면제 사업, 광주형 일자리 등 주로 사회적 인프라 사업이다. 울산시도 예타 면제된 산재모병원과 외곽순환도로를 비롯해 부유식해상풍력발전 등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판짜기에 바쁘다. 대부분 장기 프로젝트로 그 경제적 효과를 논하기는 아직 이르나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은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한 가지 시급한 일이 간과되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도산기업이 증가하고 있다는 신문보도가 있었다. 특히 많은 ‘중소기업’들이 벼랑 끝에 몰려 있다. 광주형 완성차 공장,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조선 산업으로 관련 중소협력업체들의 숨통은 트일 것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첫째는 중소기업의 ‘자생적 혁신능력’을 키워 대기업 의존도를 줄이도록 해야 한다. 중소기업통계에 의하면 2017년도 말 기준, 국내 ‘중소제조업’ 45%가 대기업과의 하청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한다. 간접적 하청까지 합치면 이보다 훨씬 많다. 이러한 대기업의 종속적 하도급관계는 중소기업의 자생적 혁신능력을 저하시킨다. 중소기업이 ‘기술혁신역량’을 키워 대기업 중심의 산업지배구조를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4차산업혁명은 스마트 팩토리 등으로 중소기업에 유리한 여건을 제공한다. 그러나 2017년도 말 기준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도입 기업이 16%에 지나지 않는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4차산업혁명에 대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중소기업에 대한 스마트화를 강화하여 전통제조업을 첨단화, 디지털화 해야 한다. 개별적 지원이 어려운 첨단기술은 산업단지에 ‘기술 플랫폼’을 구축해서 중소기업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동차 내연기관 중소부품업체는 전기·수소차로, 조선관련 중소기업은 보다 친환경적이고 스마트한 부품업체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대기업의 협조도 필요하다. 최근 대기업의 성장이 중소기업에 미치는 ‘낙수효과’는 약화됐다. 대기업이 이제는 ‘개방형 혁신’을 통해 협력기업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이들의 생산성 향상을 통해 ‘진정한’ 상생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둘째, 중소기업의 독자적 시장개척도 중요하다. 기업의 부가가치 창출능력은 기술과 시장의 함수다. 양자는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다. 그래서 기술이 있어도 시장이 ‘0’이면 부가가치도 창출되지 않는다. ‘파괴적 혁신’으로 유명한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교수는 단순한 기술이더라도 새 시장을 창조하는 수요자 중심의 시장혁신을 강조한다. 중소기업이 모기업 납품이나 공공기관 조달에 주로 의존하는 소위 ‘생계형 하청’으로는 시장혁신능력을 키울 수 없다. 통계청에 의하면 21017년도 기준 ‘중소기업’의 대(對)동남아 수출이 28.6%로 중국(21.7%)을 넘어섰다. 중국과 유럽국가들의 경제의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신(新)남방시장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울산시정도 전시컨벤션센터를 조기 완성해 중소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시장 플랫폼’을 빨리 조성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바닥으로 떨어진 기업가 정신을 살려야 한다. 때마침 울산시정도 울산을 ‘동북아 산업혁신 선도도시’로 만들겠다고 나섰다. 그 중심은 중소기업이 돼야 한다. 4차산업혁명의 단초가 된 독일의 ‘인더스트리4.0’도 중소기업의 참여가 저조해 성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개발단계부터 가치사슬 전 과정에 같이 참여하는, 보다 실용적인 ‘플랫폼 인더스트리4.0’으로 전환했다. 울산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상생형 플랫폼’을 많이 만들어야겠다. 중소기업이 강해져야 울산의 경제도 튼튼해진다.
정구열 유니스트 교수·산학융합캠퍼스 단장
<본 칼럼은 2019년 2월 19일 경상일보 19면 ‘[정구열칼럼]안타까운 중소기업의 도산’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