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란 인류 역사에서 네 번째로 일어난, 산업 발전에 따른 삶 방식의 급격한 변화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실제로 무엇이 어떻게 급격하게 변화할 것인가. 시계를 잠시 과거로 돌려보자. 3차 산업혁명기라고 할 수 있는 수십 년 전부터 최근까지는 프로그래밍의 시대였다. 디지털 프로그래밍 언어로 컴퓨터 또는 기계에게 그저 명령만 전달하던 시대이다. 그러나 이제는 기계 스스로 이 언어로 소통하고 이해하고 생각하고 습득하여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적인 특성은 어떤 것일까? 크게 초연결, 초지능, 초실감 등의 개념이 우선 꼽히고 있다. 초연결이란 디지털화를 기반으로 모든 시스템과 데이터가 서로 연결되는 것이다. 또 초지능이란 지능, 기억력, 데이터를 저장하고 해석하는 기계의 인공지능 (AI)을 일컫는다. 인간에 비유하면 소화력이라 할 수 있는데, 4차 혁명시대 기계의 인공지능은 인간의 소화력을 능가한다. 그리고 초실감이란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연결해 새롭게 창조된 인공 감각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4차 산업혁명은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인데 그 열기는 벌써 후끈 달아올라 뜨겁다는 점이다. 버블(거품)의 느낌도 없지 않지만, 인류의 역사와 삶에 미치는 영향과 파급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야 된다는 경고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흔히들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면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등을 떠올리지만 엄밀하게 보면 다소 차이가 있다. 인공지능 로봇 등은 4차 산업 혁명을 이끌어가는 핵심 기술이지 결코 그 자체가 4차 산업혁명은 아니다. 이를 활용하여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으로 더 나은 방식으로 발전과 변화된 삶을 창조해내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4차 산업혁명이다. 결국은 인간이 기계와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하며, 더 나은 행복한 삶을 이끌어 가느냐에 있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예측은 어렵지만 능동적인 대처는 가능하다고 본다. 단순히 기술력만 강한 도시나 사회는 아주 경직되고 모든 것이 제도화 기계화되어서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사회가 될 것이다. 인공지능이 법률을 해석하고 기계가 의사 결정을 함으로써 인간의 감성이 점점 메말라 가는 사회가 될 가능성도 크다. 그러므로 이 시대에 요구되는 것은 정보과학 기술적 스킬뿐 아니라 ‘사회적 스킬 (Social skill)’도 동시에 증대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반면 기술적 스킬이 없이 사회적 스킬만 발달한 사회나 도시는 다양한 일을 열심히 하나 성과가 창출되지 않고 경쟁력을 잃어가는 ‘근면 사회’가 될 수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어떻게 강한 기술력과 사회적 유연성을 동시에 성장시킬 수 있는가이다.
2011년 독일 인더스트리 4.0에서 시작한 새로운 물결이 2016년에 다보스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확장되었고, 일본에서는 2017년에 4차 산업혁명시대에 사회적 경제적 패러다임 전환을 목표로 하는 소사이어티 5.0(Society 5.0)을 제시하였다. 원재료에서부터 생산 판매 소비 수거의 전 사이클의 물류체계를 스마트화 하는 것을 물류 4.0(Logistics 4.0)이라 하며, 일부에서는 현 민주주의 제도의 혁신을 요구하는 민주주의 4.0(Democracy 4.0)이라는 말도 회자된다.
결국 우리 삶이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이라면, 그리고 이 행복이 나만의 행복이 아니라 남에게도 같이 유익하고 즐거운 행복이 되려면, 우리는 기계의 유용성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되 인간 고유의 아름다움인 배려와 섬김과 희생이 동반되어야 한다.
나의 이익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사회, 자신의 이익 극대화보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 내가 조금 희생할 수 있는 여유, 서로를 섬기는 배려하는 마음으로 기계화되어 가는 삶에서 여유와 행복을 찾아 보는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의 이익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만들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동섭 UNIST 교수·경영공학부 학부장·4차산업혁명 연구소장
<본 칼럼은 2019년 2월 26일 국제신문 26면 ‘[과학에세이] 기계·인간 공존시대 삶의 방식’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