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경상일보 주최로 ‘울산 경제 위기 탈출을 위한 시민 대토론회’가 열렸다. 울산경제의 위기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논의가 있었으나 시민주도의 토론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한국제조업의 위기는 주력산업의 침체, 선진국과의 기술수준 격차, 중국 등 신흥국가의 기술추격, 기존산업의 기술력 한계로 인한 신성장동력 부재로 요약될 수 있다. 울산은 우리나라 총인구의 2.3%에 지나지 않으나 수출의 16%(2014년), 제조업 생산액의 15%(2013년)를 차지, 울산경제의 위기가 곧 한국경제와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한국뿐 아니라 울산경제의 위기는 무엇보다 기술개발과 혁신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기존산업을 고도화하고 서비스산업과 융합해 기업가정신을 발휘, 신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이에 관해서는 이미 많은 논의와 제안이 있었다.
며칠 전 울산시도 과학기술진흥시행계획을 통하여 R&D인프라 구축 및 과학기술·ICT혁신을 통해 창조경제를 실현한다는 세부계획을 발표한바 있다. 동북아오일허브 기반 금융산업 및 관광산업의 개발등 서비스산업의 육성도 이미 지적된 바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간과한 것이 있다. 사람의 문제다. ‘인재경영’의 창시자인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제프리 페퍼 석좌교수는 ‘사람이 경쟁력이다(Competitive Advantage through People)’라는 책에서 사람을 통한 경쟁우위만이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라고 주장했다. 기술개발도 결국 사람들의 마인드셋(mindset)에서 나온다고 주장한다. 실리콘 벨리의 성공 스토리는 저비용에 기인한 게 아니고 가장 좋은 교육기관과 이곳에 몰려든 인재에 있다고 말한다.
새로운 성장동력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따라서 제조업혁신을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혁신 그리고 이를 사업화할 수 있는 기업가 정신을 가진 기술경영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동안 많은 논의가운데 기술경영 전문인력의 양성문제는 간과돼 왔다. 기술경영이란 기술탐색에서 사업화, 시장에서의 매출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어떠한 기술을 개발하고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개발된 기술에 대한 시장 개척, 그리고 기술변화에 따른 조직 혁신, 나아가서 기술창업과 기업가정신과 같은 이슈를 다루는 분야다. 간단히 말해 기술과 경영지식을 함께 갖춘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울산은 세계 수준급 제조업 클러스터를 가지고 있어 제조업의 고도화와 관련된 많은 기술경영 수요가 있지만 현재 국내 기술경영 전문인력 양성현황을 살펴보면 영남권의 교육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빈약하다. 유니스트 기술경영대학원이 지난 3월 울산을 포함한 동남권 직장인 500인을 상대로 실시한 서베이에 의하면 기술경영이 필요한 이유로 급변하는 기술 따라 잡기(44%), 기술경영지식 및 방법의 부족(39%), 신제품·서비스 개발의 어려움(33%)순으로 나타났으며, 가장 관심있는 기술분야로는 제조공정과 정보통신기술의 융합(39%), 친환경 에너지(34%), 자동차 정보통신 융합(29%) 순으로 나타나 울산지역 직장인들이 제조업과 ICT의 융합에 관심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68%에 해당하는 340명이 이러한 기술정보의 접근이 부족 또는 전무하다고 답변, 울산의 산업현장인력에 대한 기술경영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울산 제조업의 재부흥은 단순히 산업의 구조조정만으로는 힘들다. 지난 50년간 울산 산업발전의 주역이었던 베이비부머들이 물러가면서 이제 창조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진 인력이 충전되어야 한다. 산업구조가 고도화되고 개편될 때 직무에 관한 현실역량과 기대역량간에 간격이 발생한다. 현재 울산의 산업현장에서 이러한 직무역량격차가 크다. 제조업이 소프트화 되기 위해서는 먼저 현장인력부터 소프트화돼야 한다. 유니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이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 2016년부터 ‘기술·경영 융합형’ ‘산학 융합형’전문인력을 양성해 지역사회에 공헌하고자 한다. 지역사회에서도 지역인재 육성에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한 때다.
정구열 UNIST 기술경영대학원장
<본 칼럼은 2015년 6월 8일 경상일보 18면에 ‘울산 경제의 재부흥, 사람이 먼저다’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