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원전해체연구소가 울산·부산 공동유치로 결정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해체연구소 설립 의지를 밝힌 지 1년 10개월여 만이다. 원전해체산업 육성의 구심점이 될 원전해체연구소의 울산·부산 유치는 당연지사 환영할만한 일이나, 마주한 고리 1호기의 해체 과업 및 일정을 생각하면 원전해체연구소가 갈 길이 멀고 바쁘다.
원전해체연구소가 준공되어 역할을 시작하는 2022년에는 고리1호기의 터빈, 발전기 등 비방사성 시설의 철거 및 폐기물처리시설의 설계·구축이 시작될 예정이며, 2025년부터는 원자로 압력용기, 내부구조물 등 방사성 시설의 제염 및 철거가 진행될 계획이다. 연구소의 설립 계획이 조금이라도 지연되면, 연구소는 고리1호기의 해체를 바라만보고 있어야할지 모른다.
연구소가 고리1호기 해체에 실질적 기여를 하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핵심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한국수력원자력(주)과 협의하여 연구소가 담당해야할 연구개발 내용을 확정짓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연구소 준공 전이라도 조기에 연구시설 및 장비를 발주하고, 참여기업을 결정하여 연구소 준공과 동시에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2020년 하반기에라도 인력중심의 임시 연구소를 설립하여 운영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원전해체연구소 초기 운영을 결정할 핵심 전문인력은 산업계와 연구계에서 고르게 선발해야 한다. 연구소에서 개발되는 해체기술은 실증을 통해 즉각적으로 현장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므로 초기부터 관련 산업계의 참여가 필수적이며, 시설설계 경험이 있는 전문인력의 참여도 필요하다. 또한, 현재 국내 해체기술이 선진국 대비 80%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기술 국산화 및 국외 원전해체시장 진출을 위해 연구계에서 담당해야할 부분도 적지 않다.
연구소에서 담당할 연구개발 내용은 고리1호기의 해체 로드맵 및 중요도에 따라서 순차적으로 계획되어야 한다. 연구소의 주요업무는 방사능으로 오염된 시설의 해체기술 확보이며, 방사능 오염시설의 해체는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 설치, 절단 및 철거, 방사성폐기물 처리, 부지복원 순서로 진행된다. 따라서 연구소의 초기 연구개발 업무는 방사성폐기물 처리기술 개발 및 방사능 오염시설 절단 및 철거기술에 집중되어야 한다.
원전 해체는 고리1호기가 시작이다. 동일 부지 내 고리 2, 3, 4호기가 2023년부터 1년 간격으로 설계수명 만료를 앞두고 있으며, 작년 6월 조기폐쇄가 의결된 월성1호기도 영구정지 및 해체를 대기 중이다. 이에 따라 2020년대 후반부터 해체관련 인력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지속적인 해체 전문 인력수급을 위해 원전해체연구소와 학계를 연계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원전해체연구소의 성공적인 출범을 위해 이처럼 짧은 시간동안 결정하고 추진해야 할 일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울산은 다행히 이를 훌륭히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원전 내 방사성물질을 취급하기 위한 기술력을 보유한 다수의 기업이 있으며, 원전해체와 관련된 화학, 기계, 환경 산업기반도 튼튼하다. 울산시도 원전해체 관련 산업 인프라 구축 및 행정지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학계에서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국가연구개발사업을 통해 원전해체에 필요한 핵심요소기술개발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며, 미래 원자력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 울산대학교, 울산테크노파크 등 다양한 교육, 연구기관이 울산지역에서 원전해체 기술개발을 위한 협력을 준비하고 있다.
부산도 원전관련 훌륭한 산업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 원전해체연구소 설립을 위한 두 지자체의 기반은 충분하니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두 지자체가 가진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구심점을 최대한 빠르게 만드는 것이다.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원전해체연구소의 설립방안 및 해체산업 육성전략이 부디 조속한 시일 내에 확정되어 지체 없이 추진되기를 바란다.
박재영 울산과학기술원 교수
<본 칼럼은 2019년 4월 18일 울산신문 12면 ‘[현장담론] 원전해체연구소 울산·부산 유치를 환영하며’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