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는 100년 전에도 ‘동양의 파리’라 불렸던 국제도시다. 중동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128층 상하이타워, 105층 국제금융센터 등 수백 개의 초고층 빌딩숲과 끊임없이 오가는 차, 배, 비행기로 가득 찬 오늘의 도시도 상하이다. 128층 옆 건물 92층에서 내려다 본 상하이의 거대한 마천루 위용에 비하면, 사실 잠실 ‘나홀로 롯데타워’에서 내려다본 허허벌판 서울의 풍광은 초라한 느낌까지 든다.
트위스트는 100년전인 1920~1930년대에 한창 유행했던 춤이다. ‘상하이 트위스트’. 가수 설운도의 노랫말 속 국제도시 상하이는 오래 전부터 우리가 부러워했던 최신 서양 선진문물과 유행의 메카였다.
상하이모터쇼의 전시 규모와 내용, 관람객 숫자와 세계적 관심의 지표는 서울모터쇼를 부끄럽게 만드는 수준이라고 하면 될까? 모빌리티 연구자로서, 제일 부러웠던 것은 상하이가 이미 미래를 거리낌 없이 그려대고 있는 그 구체화 행위였다. 무수히 많은 전기차 브랜드 부스마다 이미 시판 중이거나 곧 판매할 전기차와 플랫폼, 부품과 다양한 이슈들로 가득 차 있었다. 굉장히 도전적이며 디자인과 품질, 성능 완성도 높은 신차와 전기차가 너무 많았지만, 아쉽게도 우리 주류 언론들은 대부분 우리가 딱 아는 수준의 브랜드에만 관심을 둔 탓에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속사정을 알면 더 무섭다. 상하이라는 도시는 내연기관 차량등록을 제한하는 정책 때문에 신규등록 차량 대부분이 전기차다. 2인승 초소형 전기차부터 7인승 대형 전기 SUV, 버스와 트럭까지 전기차 천지다. 따라서 생산, 판매, 서비스와 시스템 유지 등에 엄청난 데이터와 노하우가 이미 오랫동안 축적되어 있다. 서울모터쇼에서 몇몇 소형전기차 내외장재와 스펙을 보고 중국차 수준이 아직 한참 아래라 평가하던 국내 전용 전문가들과 빅마우스들이 알아야 할 내용이기도 하다.
상하이는 미래도시를 연상케 하는 현재의 도시다. ‘헐벗은 인민(?)’이라고는 도저히 보이지 않는 상하이 도심에는 우리보다 더 세련된 사람들이 걸어 다닌다. 대한민국에 입점도 안된 유럽 브랜드 매장과 다양한 콘텐츠몰이 가득한 최신 구조의 쾌적한 쇼핑센터는 겨우 스타필드 수준에 주말마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우리나라가 도리어 부끄러울 정도다. 미쉐린스타레스토랑의 개수를 봐도, 와인리스트를 봐도, 커피맛으로도 이미 상하이는 우리나라에 압승이다. 시내 이륜차는 100% 전기스쿠터라 소리 없이 지나다니고, 전기차가 가득한 덕분에 도로소음도 훨씬 조용한 풍광이다. DiDi라는 공유차량 호출서비스 등 이동과 소비활동에는 현금은 물론 카드조차 안 쓰이는 진짜 모바일 지불 경제체제가 보편화된 곳. 필자는 처음에 너무 어리둥절했다. 과연 이곳이 그 공산주의 원조국가 ‘중화인민공화국’의 모습이 맞나? 어떻게 공산주의 원조국가가 서유럽, 미국보다 더 자본주의적 요소로 가득한가?
인류사에 답이 있다. 상하이, 중국은 4대문명 발상지 위에 만들어진 도시와 국가이기 때문이다. 인구가 많고 비옥한 땅에서 적자생존을 통해 발전한 문명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된다. 조물주가, 신이, 특정지역과 특정민족만 편애해서 대한민국, 우리민족만 특별히 보살필 이유가 있을까? 근대화와 20세기, 공산주의 전환기 때문에 몇십년 잠깐 우리가 우쭐할 수 있었을 뿐 예부터 ‘중화사상’에 쩔던 선진국 ‘중국’은 다시 급속도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거나 이미 찾은 것 같다. 역시 잘 살고 잘 놀아본 DNA는 무시 못한다고 했던가? 시스템도 디테일도 상하이를 보면 답이 보인다.
우리가 아마도 중국을 깔보는 마지막 대한민국 세대가 될 것임은 확실하다. 필자는 “중국을 배우자-상하이를 배우자”는 계몽주의 꼰대 소리는 한마디도 거들 생각이 없다. 그냥 “눈 좀 떠라”라고 말하고 싶다. 연구, 개발, 제품, 판매, 시스템, 제도까지 우리 모든 분야가 ‘상하이 쇼크’ 천지다.
온 동네를 주름잡는 그게 진짜 ‘상하이 트위스트(태풍)’이다.
정연우 UNIST 디자인·공학 융합전문대학원 교수
<본 칼럼은 2019년 5월 1일 경상일보 18면 ‘[경상시론]상하이트위스트 : SHANGHAI TWIST’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