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운전을 시작한 고리 1호기를 포함하여 우리나라에는 23개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 중이다. 이미 한 차례의 수명연장을 한 경험이 있는 고리 1호기는 해체에 대한 논의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울산은 23개 원자력발전소들 중 절반에 가까운 11개의 원자력발전소가 울산의 위 아래로 가까이 위치해 있어 원자력발전소 해체에 대한 관심도가 어느 지역보다 높다. 원자력발전소를 해체하는 데에는 10년 이상의 오랜 기간이 소요되며 필요한 해체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울산광역시 및 울주군 지자체는 원전해체기술 연구개발 부지를 확보하고 유니스트를 포함한 산학연을 중심으로 원자력발전소 해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바탕을 마련했다. 최근 유니스트에서 개최된 ‘UNIST 원전해체 융합기술 국제 워크숍’에서는 PNNL을 비롯한 국내외 원전해체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원전해체 융합기술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다.
원자력발전소의 해체 기술은 크게 제염, 절단, 방사성폐기물 처리처분, 그리고 부지 환경 복원으로 나뉜다. 원자력발전소의 구조물, 계통, 설비에 대하여 현장 방사선 측정 및 핵종 분석을 통하여 방사선 준위 등 특성을 파악하고 제염을 한다. 제염 기술은 화학적 제염 기술과 물리적 제염기술이 있다. 화학적 제염은 제염공정이 빠르고 분진이 발생하지 않아 복잡한 형태의 구조물에 적합하다. 물리적 제염은 전처리 과정이 없어 제염계수가 높고 콘크리트와 같은 다공성 물질에 적합하다.
절단은 원자력발전소 계통이나 구조물 등을 잘라내는 것이다. 대형 톱날 등을 사용하여 기계적으로 절단한다. 고방사성으로 오염된 원자로 구조물의 경우 방사선 피폭 때문에 사람이 직접 들어가서 하기 힘들므로 로봇을 사용하여 원격으로 절단한다. 원격 절단 로봇은 방사선 계측기, 카메라, 적외선 탐지 등 해체 현장의 물리적, 방사선적 환경 계측, 레이저 커터, 톱날, 그라인더, 햄머 등을 이용한 절단, 스캐블링, 스팀 클리닝 및 스프레잉 등의 제염, 물체를 포장, 제거, 이동하기 위한 핸들링, 시료 채취 등의 기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해체 부지 환경 복원에 소요되는 핵심 기술로서는 베타핵종을 포함한 저준위 부지 방사능 현장 측정 기술이 있다. 해체가 완료된 원자력발전소 부지를 재이용하기 위하여 최종 잔류 방사능을 측정하고 부지 안전성을 평가하여야 한다. 토양중의 깊이에 따른 방사선 오염 분포를 현장에서 측정하여 부지 재이용에 대한 안전성을 평가하는 것은 환경 복원을 위한 핵심 기술들 중의 하나이다. 토양이나 잠재적인 지하수 오염으로부터 방사선 피폭 경로에 따른 선량 평가, 지하수 복원 및 감시를 위하여 토양 오염 현장 측정 기술은 중요한 해체기술에 속한다.
시멘트풀을 사용한 방사성폐기물의 고정화 기술, 방사성세슘의 고정화를 위한 나노복합재 기술 등은 해체 방사성폐기물로부터의 오염 확산을 방지하면서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하는 기술이다. 한편, 해체 방사성폐기물의 처분 측면에서 특히 대형 방사성폐기물의 절단 및 처리에 의한 2차 폐기물의 발생, 비용 등이 고려되어야 하고 대량으로 발생하는 콘크리트, 금속폐기물의 재활용 등이 고려돼야한다.
원자력발전소를 해체하기 위하여 기계, 전기전자, 화학, 원자력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 공학적 기술의 융합이 요구되는 가운데 다양한 분야 기술력을 가진 울산의 산학연 인프라가 뒷받침이됨으로써 해체 핵심 기술들의 개발 실증은 더욱 가까워질 것으로 생각된다.
김희령 UNIST 원전해체융합기술연구센터장
<본 칼럼은 2015년 6월 11일 디지털타임스 23면에 ‘[DT광장] 원전해체기술 선진화의 조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