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자동차를 놓고 국가간, 에너지원간은 물론이고, 내연기관 중심의 기존 제조사와 전기전자 중심의 신생제조사, 이동서비스사업자, 통신사업자까지 난리 중 인, 가히 자동차 춘추전국시대다. 흡사 100여년 전 마차와 전기차, 내연기관차가 뒤섞여 경쟁하던 시대의 재현같다.
3D프린팅 기술이나 그래핀 같은 신소재 개발, 통신도 전쟁 중이나, 현재 플랫폼 전쟁의 가장 큰 이슈는 수소전기차냐 전기차냐다. 그러나 필자의 눈에 이 논란은 사실 에너지 공급 인프라의 문제일 뿐이다. 누가 주도권을 잡던 말던, 공생을 하건 말건 중요치 않다. 전기냐 수소냐에 따라 충전시설의 규모와 배치, 형태만 달라질 뿐이다. 딱 거기까지다. 중요한 것은 ‘수소차 VS 전기차’ 전쟁의 결과와 상관없이 바로 완전자율주행차량이 온다는 것이다.
차량제조사들의 기술로드맵에 따르면 향후 5년내에 완전자율주행차량이 출시되지만, 일상화까지에는 오랜 시간, 심지어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하지만 언제가 되든 반드시 완전자율주행차량의 시대가 오는 것만은 자명하다. 따라서 우리는 ‘완전자율주행차량시대 도래에 의한 대변화’나 살펴보자.
첫째, 도심지 주유소는 모두 사라지고 다른 용도의 공간이 된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대부분 주차장이나 주거지 자가충전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값비싼 도심지 주유소는 수익성 악화로 자연 도태된다. 수소충전소는 특수시설을 요하는 입지조건 때문에 현재의 주유소에 적용되기 어렵고 도심지역에는 제한적으로 설치될 것이기 때문에, 전기든 수소든 도심지의 주유소는 사라진다.
둘째, 시내 곳곳의 주차공간이 줄어들면서 주차난도 함께 해소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자율주행차량은 출퇴근 시간외에 멍하니 주차되어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주인을 출근시키고, 가족의 외출이나 쇼핑을 돕고, 스스로 충전하고, 세차나 정비를 받으러 다니다가 퇴근시간에 맞춰 주인을 태우러 가면 되기 때문이다.
셋째, 교통서비스에 큰 변화가 생기는데, 가장 먼저 유인택시가 사라진다. 유사택시사업과 기존 택시사업간 갈등이 사회문제화 된 것과 별개로 반드시 일어날 일이다. 어쩌고 저쩌고 입과 귀가 닳도록 지겹게 회자되고 있는 차량공유서비스가 이상적으로 작동하는 환경이 바로 자율주행차량 상용화 시점부터이기 때문이다. 내가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 내 차를 타인의 이동에 쓰이게 하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데, 이를 마다하고 주차장에 썩혀놓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즉 내 자율주행차에게 택시 아르바이트를 시켜서 돈을 번다는 뜻이다.
넷째, 대중교통의 중심인 지하철과 노선버스가 쇠퇴된다. 원인은 이동비용의 하락이다. 현재는 택시, 버스 운수업으로 교통서비스 공급자가 제한되어 있지만 미래에는 지상에 굴러다니는 모든 차량이 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풍부한 공급이 서비스의 가격을 낮추는 원리다. 따라서 지하철, 노선버스와 같은 다중이용 운송수단의 운행 필요성을 감소시킨다. 낮은 비용으로 아무데서나 원하는 목적지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데 굳이 시간을 들여 정류장을 찾아 탑승하고 노선 따라 돌아가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섯째, 도시에 위치할 다중이용시설과 장거리터미널, 공항의 교통시설물 구축에 유발될 변화다. 현행 대중교통 승하차 우선 동선구획이 개별차량 입출차 중심으로 바뀐다. 역할이 줄어들어 버스전용차로가 다시 사라질 날이 온다.
여섯째, 자동차생산량은 증가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공유차량의 증가로 차량소유 수요를 줄여 제조사의 생산량 감소로 이어진다고 본다. 하지만 필자는 반대다. 완전자율주행차량의 운행확대는 곧 주행거리를 늘려 교체주기를 당기기 때문이다. 또 운전면허가 필요없고, 대중교통을 멸종시킬만큼 이동 편의성과 합리성이 증가하여 더 많은 수요와 공급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과연 큰 변화다. 그러나 자율주행차가 뭔가 대단한 신기술의 결정체라고 해서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늘 그대로다. 마차의 크기와 폭이 고스란히 자동차의 형태와 구조에 전달되었고, 도로 폭도 그대로다. 과거 마차 사용자는 이미 자율주행차의 사용자였다. 마부에게 목적지를 말하고 편한 소파에 앉아 책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이동을 즐겼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 모두는 이미 자율주행환경을 충분히 경험하고 있다. 운전기사님을 둔 사장님은 매일 경험중이고, 우리도 일상에서 대리운전서비스와 택시를 이용하고 있지 않은가? 사용자경험과 디자인관점에서 이미 자율주행시퀀스다. 플랫폼 전쟁, 완전자율주행기술 상용화 다툼, 수소차 VS 전기차 논쟁은 전문가들에게나 맡기고 정신 팔지 말지어다.
정연우 UNIST 디자인·공학 융합전문대학원 교수
<본 칼럼은 2019년 6월 28일 경상일보 18면 ‘[경상시론]모빌리티의 정확한 미래’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