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올 1학기 곤욕을 치렀다. 교수의 여(女) 제자 성추행과 연구비 횡령 사건이 잇따랐다. 학생들의 중간고사 ‘집단 커닝’ 사건도 있었다. 대학 측은 물의를 빚은 교수 3명을 서둘러 파면조치 했다. 법원도 실형을 선고했다. 집단 커닝에 대한 징계절차도 진행 중이다.
‘대한민국 최고 대학’의 모습이라곤 쉽사리 믿기지 않는다. 기대가 큰 탓일까. 여론의 뭇매가 매서웠다. “공부만 잘하면 뭐 하나, 인간이 먼저 돼야지”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대학 안팎에선 “얼굴을 못들겠다”는 자성과 탄식이 터져나왔다.
UNIST에선 ‘특별한 전통’이 있다. ‘무감독 시험’(Exam without Proctor)이다. 매 학기 중간, 기말시험을 감독없이 치른다. 시험이 시작되면 교수와 조교는 시험장을 빠져 나왔다가 중간에 두 차례 정도 들어와 질문을 받는 것이 전부다. 학생들 스스로 양심과 명예를 걸고 시험을 치른다. 자신뿐 아니라 서로의 양심과 명예를 믿고 존중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시험은 과연 양심적으로 치러졌을까? 무감독 시험은 개교 이듬해인 2010년 1학기부터 시작됐다. 이후 5년 여동안 부정행위로 징계를 받은 학생은 모두 9명이다. 유혹을 끝내 뿌리치지 못한 경우다. 물론 ‘한점 부끄럼 없는’ 결과는 아니다. 그럼에도 어떤가. 취업과 진학을 위한 학점 경쟁에 ‘전쟁하듯’ 목을 매는 작금의 캠퍼스 풍토를 감안한다면. UNIST는 최선을 다해 양심과 명예를 지켜내고 있는 대다수의 청춘들에 더욱 주목한다. 그들의 분투가 기특하고 대견하지 않은가.
UNIST 학생들의 가슴에는 ‘Honor Code’(명예헌장)의 자부심이 새겨져 있다. ‘과학자의 학문적 양심은 학생 때부터 스스로 지킨다’는 각오와 다짐을 담은 6개항의 명예헌장이다. 모든 신입생은 입학식 때 ‘Honor Code’ 선서를 한다. 주요 행사 때마다 ‘Honor Code’를 되뇌며 각오을 다진다. 시험답안 겉표지엔 아예 ‘Honor Code’가 인쇄돼 나온다. 교수와 학생이 함께 ‘Honor Code’ 선서를 읽어내린 뒤에야 시험에 들어가기도 한다.
UNIST ‘Honor Code’는 학생 뿐 아니라 교직원 모두의 명예와 자부심이다. 그 핵심 가치는 ‘양심을 지킬 것’과 ‘모든 책임을 다할 것’이다. ‘Honor Code’의 첫 장은 ‘교육의 전 과정에서 양심적으로 행동하겠다’(The members of UNIST will behave conscientiously in all academic procedures)는 양심선언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은 ‘자신이 하는 모든 행동에 책임을 지겠다’(The members of UNIST will be responsible all we do)는 다짐으로 마무리 한다.
UNIST는 울산시민의 염원을 안고 태어났고, 어느덧 개교 7년째다. 그 사이 몇몇 일탈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위대했던 역사가 그러했듯 UNIST는 시행착오를 딛고 쉼없이 발전해나갈 것이다. 울산시민의 애정어린 관심과 질타를 머리 숙여 요청한다.
UNIST는 이번 주 내내 기말고사가 한창이다. 도서관과 기숙사엔 밤을 잊은 청춘들의 열기가 새벽까지 뜨겁다. UNIST는 그들을 ‘인류의 삶에 공헌하는, 양심적인 과학자’로 길러낼 책임을 안고 있다. 교직원 모두 최선을 다하겠다.
김학찬 UNIST 홍보대외협력팀장
<본 칼럼은 2015년 6월 16일 경상일보 19면에 ‘[독자위원칼럼]UNIST Honor Code(명예헌장)’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